[씨줄날줄] ‘헛방’ 출구조사/곽태헌 논설위원

[씨줄날줄] ‘헛방’ 출구조사/곽태헌 논설위원

입력 2012-04-13 00:00
수정 2012-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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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를 앞둔 여론조사의 원조 격은 미국이다. 리터러리 다이제스트지(誌)는 1916년부터 전화와 자동차 등록명부를 이용, 많은 모의투표 용지를 보낸 뒤 회수해 결과를 예측했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아이디어였다. 그러나 1936년 대통령선거 때 결과와는 정반대의 예측 결과를 발표해 망신을 샀다. 많은 표본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지역과 소득·연령·성별 등에 따른 비례할당법에 따른 정교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준 계기가 됐다.

선거 전에 하는 여론조사보다 정확도가 높은 게 출구조사(Exit Poll)다. 출구조사는 투표소에서 투표를 막 마치고 나오는 유권자를 상대로 어느 후보를 선택하였는지를 조사하는 방법이다. 여론조사에서 응답한 유권자가 실제는 투표에 참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출구조사의 정확도는 여론조사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는 수정헌법 1조에 의해 출구조사가 보장돼 있다. 1993년엔 출구조사만을 전담하는 투표자뉴스서비스(VNS·Voter News Service)라는 컨소시엄이 설립됐다. 여기에는 ABC, NBC, CBS, CNN 등이 참여하고 있다. 2000년 대통령선거 때 당시 부통령이던 앨 고어의 당선을 성급하게 잘못 예측해 VNS와 전 회원사가 의회 청문회에 불려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국내 방송사들도 정확한 선거 예측을 위해 출구조사를 하고 있다. 1996년 15대 총선 때는 선거법상 투표소로부터 500m 내에서는 투표자를 상대로 한 출구조사를 할 수 없었으나 1999년 말 선거법 개정에 따라 그 범위가 300m로 완화됐다. 2004년 3월 선거법 개정으로 100m로 더 완화됐다. 출구조사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였지만 결과는 그리 신통치 않았다. 15대 총선 때에는 당시 여당의 의석수를 175석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는 155석에 불과했다. 2000년 16대 총선 때에는 제1당과 제2당을 잘못 예측하는 ‘굴욕’을 당했다. 2008년 18대 총선의 출구조사에도 직접 출구조사는 40%였고, 전화예측조사가 60%였다.

KBS, MBC, SBS 등 방송 3사는 그제 실시된 19대 총선을 앞두고는 70억원이나 들여 100% 직접 출구조사로 정확도를 높이려고 의욕을 보였지만, ‘혹시나’는 ‘역시나’였다. 방송 3사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의석수를 각각 20석 정도의 여유치를 둔 예상치를 발표했지만, 이마저도 정확히 맞히지 못했다. 참고는커녕 괜한 혼란만 주는 무용지물에 가까운 출구조사라면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이대로라면 출구조사 무용론이 나오지 않을까.

곽태헌 논설위원 tig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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