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성직과 세금/김종면 논설위원

[씨줄날줄] 성직과 세금/김종면 논설위원

입력 2012-02-25 00:00
수정 2012-02-25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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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물시대다. 아니 속물 전성시대다. 몸은 비록 땅에 있지만 하늘에 속한 성직자까지 세속의 이해에 목을 매고 있으니 속물세상이 아니고 무엇이랴. 그 속물사회의 한편은 개신교 목회자의 자리다. 언제쯤 거룩한 직을 수행하는 그들이 지긋지긋한 속물형 인간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한 줄기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교단 연합기관 차원에서 목회자들의 자발적 소득세 납부를 추진한다고 한다는 것이다.

목회자 세금 부과는 그동안 심심찮게 여론화됐지만 그때마다 개신교계는 ‘반복음적 현상’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 90% 이상이 기독교인이라는 ‘개신교 나라’ ‘복음주의 대국’ 미국에서도 성직자에 대한 과세는 매우 엄중한(hard-and-fast) 사안인 것과 대비된다. 미국 목회자들은 소득세는 물론 자영세(self-employment tax)까지 낸다.

하지만 한국 교회와 목회자는 여전히 국법이 미치지 않는 소도(蘇塗)와도 같은 ‘면세특구’에 머물고 있다. 우리 교회의 목회자들은 왜 세금을 내지 않게 됐나 곰곰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교회의 정치 참여는 비복음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이들이 누구인가. 바로 이 땅에 기독교 정당을 만들고 ‘기독교 전사’들을 정계에 내보내려고 애쓰는 복음주의 세력 아닌가. 복음주의의 미망에서 깨어나야 한다. 정치권력과 떼려야 뗄 수 없었던 한국교회의 아픈 역사는 이제 박물관에 맡겨 둬야 한다.

복음삼덕(福音三德). 예수가 복음으로 지키기를 권고하며 가르친 세 가지 덕행이다. 자원에 의한 청빈, 평생의 정결, 온전한 순명. 목회자들은 이 최소한의 덕목을 어떻게 생각할까. 자신의 ‘택스 프리’(Tax Free) 인생이 얼마나 부끄러운 것인지는 스스로가 더 잘 알 것이다. 논어는 군자유어의(君子喩於義) 소인유어리(小人喩於利)라고 가르친다. 군자는 의(義)에 밝고 소인은 이(利)에 밝다는 뜻이다. 의를 먼저 구하라는 성경의 말씀과도 통한다. 한번 은혜 받은 찰교인은 아무리 끼니가 간데없이 가난해도 흔쾌히 십일조를 낸다. ‘먹사’에 ‘개독교’라는 소리까지 듣는 판국이다. 지금 개신교가 처한 신뢰의 위기를 절감한다면 목회자들은 세금을 내지 말라고 말려도 내겠다고 나서야 한다. 그게 하나님이 보기에도 좋은 모습일 터이다. ‘나간 놈 몫은 있어도 자는 놈 몫은 없다.’는 말이 있다. 교회 밖 믿음 없는 이들을 긍휼히 여기기 전에 교회 스스로 개혁에 나태한 점을 반성해야 한다. 목회자들의 잠든 영혼부터 먼저 깨울 일이다.

김종면 논설위원 jm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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