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그들이 싸울수록 서울시민은 행복해진다/강국진 사회2부 기자

[오늘의 눈] 그들이 싸울수록 서울시민은 행복해진다/강국진 사회2부 기자

입력 2012-02-13 00:00
수정 2012-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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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국진 사회2부 기자
강국진 사회2부 기자
둘은 2박3일 티격태격이다.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이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한 서울시 대표단이 일본을 방문한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내내 붙어 다녔다. 그렇게까지 싸우면서도 함께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 술자리에서도 논쟁은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마치 몇십 년을 함께 산 부부 같다.

고태규 서울시 하천관리과장과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영락없이 ‘뚱뚱이와 홀쭉이’다. 고 과장이 풍채 좋은 아저씨 같은 반면 박 교수는 마른 체형에 꼬장꼬장한 딸깍발이 인상이다. 둘이 극력 대립하는 건 대심도 터널 때문이다. 고 과장은 홍수예방을 위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박 교수는 지난해 홍수 피해 이후 오세훈 전 시장이 급조한 졸속정책이자 토건세력 좋은 일만 시켜 줄 뿐이라고 본다.

얼핏 박 교수가 방문단에 포함된 게 신기하다. 그를 데려가자고 박 시장에게 추천한 게 고 과장이다. 직접 보면 박 교수도 느끼는 게 있을 거라고 생각했단다. 2005년 완공된 간다가와 환상 7호선 지하조절지는 하천이 범람하면 직경 10m가 넘는 지하터널을 통해 물을 지하 깊은 곳에 일시 가두는 시설이다. 저류량은 54만㎥에 이른다.

언론 홍보전도 치열했다. 각자 열정적으로 논리를 설파했다. 그러다가 눈이라도 마주치면 신경전도 마다하지 않는다. 박 교수가 “환경단체에서 당신을 직위 해제하라고 요구하는 걸 내가 말렸다.”고 엄포(?)를 놓으면, 고 과장은 “전문가 체면 때문에 내 말이 맞다는 걸 인정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며 맞받아친다. 자세히 보면 둘 다 눈에 웃음기가 가득하다.

솔직히 둘의 논쟁에 시시비비를 가릴 전문적 안목은 없다. 그래도 반대론자를 동참시켜 자문하고, 쉴 새 없이 토론하면서도 서로를 인정하는 모습에서 ‘대화와 토론을 통한 정책 결정’을 볼 수 있다는 건 분명하다. 이전 서울시장 시절엔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다. 이들이 더 열심히 싸울수록 정책은 정교해지고 서울시민은 더 행복해진다. 부디 앞으로도 두 분이 더 열심히 싸우시길 바란다.

betul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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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1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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