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 영국과 유럽/강승중 수출입은행 런던법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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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2-06 00:00
수정 2012-02-06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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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중 수출입은행 런던법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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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유럽국가인가? 우리는 영국이 지리적으로나 역사·문화적으로 당연히 유럽국가에 속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과거 프랑스의 드골 대통령은 “대서양에서 우랄까지”라는 구호 하에 유럽통합을 제안하면서, 영국에 대해서는 “(미국이 유럽에 보낸) 트로이의 목마”라고 비판하고 1963년 영국의 유럽경제공동체(EEC) 가입 신청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였다. 최근에는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유로존 재정위기 해결방안을 놓고 사사건건 영국에 대해 퉁명스럽게 반응하고 있으며, 그 와중에 영국을 “섬나라”라고 지칭하면서 유럽 대륙국가와 차별화하는 발언을 하였다.

영국 쪽에서도 “영국은 유럽과 다르다.”라는 정서가 흐르고 있다. 사실 영국과 대륙국가와의 갈등은 뿌리 깊은 것으로, 역사적으로 영국은 대륙 내에 패권국가가 등장하지 못하도록 항상 견제해 왔다. 에스파냐, 프랑스, 오스트리아, 독일 등의 패권국가가 떠오를 때마다 그 경쟁국과 손을 잡아 대륙 내 세력균형을 유지하면서 자국의 이익을 보호해 왔다.

실제 이러한 대륙 내 세력균형 노력이 실패하여 대륙을 석권한 나라가 등장할 때마다 영국의 안전과 이익은 위협받았다. 나폴레옹 시절의 프랑스나 히틀러가 지배하던 독일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견제와 갈등의 전통에 더하여, 영국은 초강대국 미국과 인종적·언어적 동질성과 문화적 정서를 공유하는 ‘특별한 관계’에 있고, 과거 식민지 국가들과 영연방이라는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어 유럽통합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영국 내에는 이러한 정서를 바탕으로 유럽통합 참여에 반대의사를 드러내는 ‘유럽회의론’(Euroscepticism)이 폭넓게 자리잡고 있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는 통합 노력에 참여하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정책을 취해 왔다. 영국은 유럽연합(EU)에는 가입하였지만, 경제통화동맹(EMU)에는 가입하지 않고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는 비유로존 국가로 남아 있는 것이다. 작년 10월에는 영국 의회에서 EU 탈퇴에 대한 투표가 실시되어 비록 압도적 표차로 부결되기는 하였지만, 집권 보수당에서 81명의 탈퇴 찬성표가 나와 영국 정가를 시끄럽게 하였다.

최근 유로존 위기 대응 과정에서 영국은 기존의 유럽회의론적 입장에 더하여 금융 중심지로서 런던의 위상을 보호하여야 한다는 이해관계에 사로잡혀 독불장군식의 정책을 고집함으로써 EU 내에서 점점 고립되어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로존 위기 극복을 위하여 EU의 통합을 강화하여야 한다는 독일 등의 주장에 대해, 영국은 오히려 비대해진 EU 본부의 권한 일부를 각국 정부로 환원해야 한다고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금융거래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프랑스·독일의 주장에 대해서도, 런던의 금융거래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보호하기 위하여 맹렬히 반대하고 있다. EU 내에서 영국의 고립을 보여주는 가장 상징적인 사건은 작년 12월 EU 정상회의 때 제안된 신재정협약에 대해 27개 회원국 정상 중 오직 영국의 캐머런 총리만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야당인 노동당뿐 아니라 연정 파트너인 자유민주당에서도 비판의 소리가 높았고, 영국이 결국 EU의 주변국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었지만, 실제 영국 내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캐머런 총리에 대한 지지가 더 높게 나왔다.

그러면 영국이 유럽을 떠나서 존재할 수 있는가? 지정학적으로 영국은 유럽의, 또 그 연합체인 EU의 일원일 수밖에 없다. EU는 영국의 가장 큰 무역 파트너이며 영국을 찾는 관광객의 다수도 EU 국민들이다. 그러나 최근의 유로존 위기 대응과정에서 독일의 영향력 확대가 두드러지고 있는 반면, 영국은 점점 외톨이가 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영국이 고립에서 벗어나려면 과거의 유산을 벗어버리고 진정으로 유럽 대륙과 화해하고 연대를 추구하여야 한다. 정치 지도자들이 보수적 관념의 틀을 깨고 보다 실용적으로 정책 접근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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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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