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하수도 요금문제, 근본대책이 필요하다/윤주환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시론] 하수도 요금문제, 근본대책이 필요하다/윤주환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입력 2012-01-10 00:00
수정 2012-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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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환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윤주환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공공요금 인상은 물가에 주는 영향 때문에 정부 당국자와 국민에게 큰 관심사다.

최근 하수도 요금이 많이 올랐다고 하지만 그 속사정은 국민은 물론 요금을 정하는 당국자들도 잘 모르는 것 같다. 하수도 요금은 상수도 사용량을 기준으로 부과한다. 현행 하수도 요금만 보면 전국 평균을 기준으로 원가의 40% 수준에 불과하다. 하수도 요금을 올리는 것이 맞는 듯 보이지만 지방자치단체마다 인상률과 시기는 아주 들쑥날쑥하다.

예를 들어 서울시가 올해 하수도 요금을 35% 인상하면 t당 385원을 내게 된다. 전주시는 지난해 평균 91%를 올려 가정용은 t당 220원을 받고 있다. 구리시도 지난해 70%를 올려 t당 243원을 내는 반면 같은 경기도의 파주시와 안양시는 하수도 요금을 계속 동결하고 있다. 심지어 전북 순창군 같은 곳은 지난해까지도 주민들이 하수도 요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나라 안에서 이렇게 하수도 요금이 다르고 인상률과 시기가 제각각인 것은 무슨 연유일까?

요금 인상권한을 갖고 있는 지자체의 재정자립도와 시설이 달라서 그럴 것 같지만 내막을 보면 다소 황당하다. 우리나라에서 하수도 요금의 통계가 잡힌 것은 20년 남짓하다. 요금은 원가를 고려해서 정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처음 하수도 요금을 정할 때 정부는 상수도 요금의 3분의1 정도로 막연히 정했다. 마실 물 수준의 원수를 처리하는 상수도보다 더러운 물을 맑게 하는 하수처리가 어렵고, 돈이 훨씬 더 많이 드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시작부터 비상식적으로 하수 요금을 원가보다 아주 낮게 정했으니 항상 적자가 나게 마련이고, 그 적자는 지자체 예산으로 메워왔다.

세금으로 적자를 메우면서 하수 요금을 낮게 유지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만 한계가 있다. 우선 좋은 환경에 대한 국민의 욕구가 커지면서 규제가 엄격해져 하수처리 원가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집중호우로 도시 침수가 빈발하면서 하수도를 계속 확장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많은 돈이 드는데 중앙정부나 지자체의 재원은 한정돼 있으니 결국 빚을 내 시설을 만들 수밖에 없다. 이 돈을 갚으려면 세금을 더 내든지 아니면 하수도 요금을 올려야 한다. 요즘은 복지나 교육 등 돈 들 곳이 많으므로 세금 인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결국 하수도 서비스의 수혜자인 국민이 요금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하수도 요금 현실화의 걸림돌은 역설적으로 요금 결정권을 가진 지자체장은 물론 일부 시민단체들이다. 요금 인상 얘기만 나오면 대부분의 시민단체는 무조건 비판 일색이니 재선을 바라보는 시장과 군수 입장에선 요금을 올리기 거북할 것이다. 공공요금은 경영합리화를 통해 최대한 인상을 억제하는 것이 맞지만 필요할 때 적절한 수준으로 올려야 정작 필요한 곳에 돈을 쓸 수 있다. 마냥 억제하는 것은 시장·군수의 재선을 위한 대중영합주의일 뿐이다. 심지어 중앙정부까지 나서 물가에 영향을 준다는 명분으로 억누르다가 나중에 마지못해 한꺼번에 올리니 누가 봐도 시쳇말로 폭탄 돌리기 같다.

우리 하수도법도 문제이다. 하수도법이 만들어진 지 올해로 46년이 되었건만 법조문 어디에도 ‘하수도 요금’이란 단어는 없다. 더욱이 하수도는 공공서비스로서 수혜당사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합리적으로 경영한다는 비전이나 개념도 부족하다. 그러니 하수도분야는 장기적인 투자예산 마련에 항상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이는 결국 국민의 부담이 되고 있다. 구리시와 전주시가 하수도 요금을 각각 70%, 90%로 엄청나게 인상한 것 같지만 돈으로 따지면 t당 100원 남짓으로 그간 빚을 내 만든 시설의 이자 갚기도 빠듯하다.

또 요금을 동결한 지자체 주민은 당장은 좋을지 모르지만 나중에 빚잔치 하듯 소동이 벌어질 터인데 도대체 이런 악순환을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능력 없는 지자체에 하수도 요금 문제를 맡겨 놓을 일이 아니고 근본적 해결을 위한 새로운 법체계와 요금시스템을 지금이라도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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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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