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동 한국조세연구원장
그 재원 대책이 얼마나 현실적이냐 여부는 차치해 놓고서라도, 나름대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있다는 것이다. 재원에 대해 신경을 쓰다 보면, 포퓰리즘에도 어느 정도 제동이 걸리지 않겠는가. 실제로 이제는 적어도 중앙정치 무대에서는 재원에 대한 고민 없이 무작정 대책만 내는 간 큰(?) 정치인이 설 자리가 적어지는 것 같다.
그런데 무대를 옮겨 지방으로 가면 상황은 전혀 다르다. 지방자치단체장 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도청을 옮기고, 도로를 건설하고, 공단을 조성하는 등 굵직굵직한 사업이 즐비하지만, 재원 대책에 신경 쓰는 흔적은 눈에 띄지 않는다. 유권자들도 크게 신경 쓰는 것 같지 않다. 중앙 정치 무대에서 흔히 나오는 ‘혈세’라는 얘기도 지방정치 무대에서는 잘 들리지 않는다. 같은 유권자들인데 중앙과 지방의 온도 차가 왜 이다지 현격할까?
그 답은 지방재정이 어떻게 조달되고 사용되는지를 살펴보면 알 수 있을 것 같다. 올해 중앙과 지방의 총 재정규모인 421조원의 약 60%가 지방에서 사용되었다. 이 정도 비중이라면, 연방제를 채택한 미국보다 많은 수준이다.
그런데 지방에서 직접 거두어들이는 세수는 21%에 불과하다. 지방세수의 2배에 달하는 돈이 중앙정부에서 교부세 또는 보조금의 형태로 지방으로 전달되어 사용된다. 지방재정 씀씀이의 3분의2가 중앙에서 제공되는 재원으로 충당된다는 의미이다.
이와 같은 구도에서, 지방유권자는 대형 사업의 재원이 자신들의 호주머니 돈이 아니라는 생각에 대형 사업 공약에 마음을 흔들릴 개연성이 높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방 유권자의 표심을 잡으려는 정치인의 선택은 대형 사업에 대한 공약임을 쉽게 짐작해 볼 수 있다. 오히려 대형 사업을 중앙정부로부터 보다 많은 재원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인식하여, 경쟁적으로 더 큰 대형 사업을 제시하려 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대형 사업을 확실히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라는 점을 각인시키기 위해 중앙 정부에 대한 영향력을 과시하려 할 것이다. 중앙정부 유력인사와의 인간관계를 과시하는 것은 그래도 점잖은 수준일 것이다. 중앙정부에 대해 물리적인 실력행사를 보이는 일도 예상할 수 있다. 실제로 도지사가 중앙정부와 대립하여 머리띠를 두르고 구호를 외치는 사례도 있지 않았던가.
이러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지방재정에 중앙정부를 포함한 제3자의 견제를 강화하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자칫 지방자치에 역행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보다 좋은 대안은 지방 유권자들도 중앙정치 무대에서처럼 지방재정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만 , 이 또한 쉽지 않다. 지자체마다 경제력의 차이가 있어 아무런 여과장치 없이 중앙의 세원을 지방에 이양해 줄 경우, 지자체 간 불균형이 더욱더 심각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작년부터 절충안이 시도되고 있다. 바로 부가가치세수의 5%를 재원으로 하는 지방소비세의 도입이다. 그런데 지자체별로 배분되는 산식이 복잡해서 일반 유권자들은 이해할 수가 없을 정도다.
이 돈이 자신들의 호주머니에서 직접 나가는 세금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해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더욱 어렵다. 현행 지방교부금의 축소와 연계되어야겠지만, 지방유권자들의 주인의식을 고취시키기에는 현행 지방소비세의 규모도 작은 감이 있다.
지방소비세의 시행성과를 면밀히 점검해서, 지방유권자의 주인의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2011-11-1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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