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신(新) 라면전쟁/곽태헌 논설위원

[씨줄날줄] 신(新) 라면전쟁/곽태헌 논설위원

입력 2011-11-12 00:00
수정 2011-11-12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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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식 라면은 일본에서 처음 개발됐다. 신용조합 이사였던 안도 모모호쿠가 1956년 술집에서 생선튀김을 만드는 것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2년 뒤 닛신식품에서 라면이 처음 나왔다. 당시의 라면은 면에 양념이 가미돼 쉽게 변질되는 단점이 있었다. 묘조식품은 세계 최초로 분말 형태의 수프를 갖춘 라면을 개발했다.

삼양식품은 묘조식품과 제휴해 1963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라면을 선보였다. ‘귀한’ 쌀밥이 최고로 인식되던 시절 라면은 인기가 있을 리 없었다. 삼양식품은 라면 판촉을 위해 무료로 나눠주기도 했지만 반응은 별로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에서 밀가루를 원조해 주면서 쌀이 부족했던 정부가 밀가루 소비를 권장하자 라면도 서서히 인기를 끌게 됐다. 국물에 친숙했던 소비자의 입맛도 라면이 인기를 얻게 된 요인이었다.

후발주자였던 농심은 안성탕면과 짜파게티, 신(辛)라면 등 히트작을 잇따라 내놓으며 1986년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른 뒤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1989년 검찰이 무리하게 발표한 우지(牛脂) 파동까지 겹쳐 한때 벼랑 끝 위기로 몰리기도 했다. 1997년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우지 파동에 따른 상처는 너무나 깊었다. 지난해 국내에서 팔린 라면은 34억개가 넘는다. 세계 6위의 라면시장이다. 금액으로는 1조 9000억원 정도. 1인당 소비량은 70개로 세계 1위다. 농심의 점유율은 70% 안팎으로 절대적이었다. 삼양식품, 오뚜기, 한국야쿠르트가 나머지를 놓고 싸우는 상황이다. 신라면의 점유율만 20%가 넘을 정도다.

농심이 장악한 라면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가 8월 출시한 꼬꼬면이 새바람을 몰고 왔다. 8월에는 900만개가 팔렸고 지난달에는 1750만개나 팔려 나갔다. 없어서 못팔 정도라고 한다. 빨간 국물 일색이던 라면시장에 흰색 국물 라면의 반란이다. 꼬꼬면보다 1주일 먼저 나온, 역시 흰색 국물인 삼양식품의 나가사끼짬뽕의 인기도 상한가다. 여기에 오뚜기까지 흰색 국물에 칼칼한 맛을 내는 기스면을 그제 내놓았다.

흰색 국물 라면의 인기로 시장점유율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9월 국내 라면시장에서 농심의 점유율은 65% 정도로 소폭이지만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흰색 국물 라면의 인기는 안주하면 뒤처지게 되고, 고정관념은 깨뜨려야 한다는 평범한 교훈을 확인시키는 사례로 꼽힐 만하다. 라면시장이든 다른 제품이든 경쟁이 치열할수록 소비자는 즐겁다.

곽태헌 논설위원 tiger@seoul.co.kr

2011-11-1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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