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그린 밀리터리/이도운 논설위원

[씨줄날줄] 그린 밀리터리/이도운 논설위원

입력 2011-10-05 00:00
수정 2011-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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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퓨(Pew)공익신탁이 최근 발간한 ‘국가안보, 에너지, 기후변화에 대한 보고서’는 군사 분야에 ‘녹색성장’이 얼마나 깊이 파고들고 있는가를 상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며칠 전 이 보고서를 인용, “미군이 ‘녹색 군대(Green Military)’로 변모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군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단일 기관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군이 지난해 에너지 구입에 지불한 비용은 무려 152억 달러(약 18조 2400억원)에 이른다. 서울시의 1년 예산과 맞먹는다. 이 가운데 110억 달러(약 13조 2000억원)가 석유를 구입하는 데 들어갔다. 미군은 2009년 기준으로 하루에 30만 배럴의 석유를 소비했다. 석유에 대한 의존은 미국 경제뿐만 아니라 미군의 전투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원유값이 배럴당 1달러만 올라도 미 국방부는 1억 3000만 달러를 추가로 지출해야 한다. 또 보고서는 미군의 석유 의존이 비용 이외에도 전술적 차원에서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 미군이 전투를 벌이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실시되는 호송 작전의 80%는 바로 연료 호송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한 미군은 국가 안보는 물론 장병의 안전을 위해서도 재생에너지 및 이와 관련된 그린 테크놀로지를 적극 도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2025년까지 전체 에너지의 25%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야심찬 ‘25/25’ 계획을 세웠다. 이에 발맞춰 미 육군은 기지 내부에서 운행하는 사무용 경차를 전기차로 대체하기 시작했으며, 2009년부터 작전용 교량은 재생 플라스틱으로 만들고 있다. 미 공군은 2016년까지 국내에서 훈련하는 전투기 연료의 50%를 바이오 연료로 대체하기로 했다. 해군도 2020년까지 함정에 사용되는 연료의 소비를 2010년에 비해 15% 절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미 해군과 해병대는 2020년까지 에너지의 5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역사적으로 군은 테크놀로지 개발을 선도해왔다. 인터넷과 위성항법장치(GPS), 컴퓨터 소프트웨어 등이 군에서 출발해 글로벌 경제의 혁신을 이룬 기술들이다. 그린 테크놀로지 발전에도 군이 기여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녹색성장의 선도국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전시작전권 전환과 국방 개혁이라는 당면 과제부터 해결해야 하는 우리 군에게는 아직 ‘녹색 군대’가 머나먼 고지처럼 보인다.

이도운 논설위원 da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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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0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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