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퇴직금 중간정산 제한은 불가피/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기고] 퇴직금 중간정산 제한은 불가피/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입력 2011-09-19 00:00
수정 2011-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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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어렵게 국회를 통과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전부 개정 법률이 내년 7월부터 시행된다. 이로써 2005년 처음 도입된 퇴직연금제도는 우리나라의 다층 노후보장시스템의 핵심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층 개선된 제도의 틀을 갖추게 됐다. 개정안은 중소기업이 편리하게 퇴직연금을 도입할 수 있는 표준형 퇴직연금제도 도입, 새로 설립되는 사업의 퇴직연금제도 설정의무, 퇴직연금 적립금 평가 및 관리 강화 등 다양한 제도 개선 사항들을 담았다.

개정안 중 백미는 퇴직금 중간정산의 제한이다. 이를 둘러싸고 논란도 적지 않다. 현행법은 별다른 제한 없이 근로자가 요구하면 계속 근로한 기간에 대해 퇴직금을 미리 정산 지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 결과, 상당수 기업에서 근로자들이 자의든 타의든 재직 중에 퇴직금을 쉽게 정산받아 소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심지어 규칙적으로 매월 급여에서 중간정산 명목으로 퇴직금이 지급되는 때도 있다. 물론 퇴직금의 분할 지급에 대해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을 부인하고 있다.

현실에서는 손쉬운 퇴직금의 중간정산 가능성으로 말미암아 근로자들이 실제로 퇴직한 후 생활자금을 거의 확보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에서 직장을 은퇴한 국민은 상당 기간 퇴직금 없이 국민연금만으로 노후생활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장기적인 재정건전성 문제로 연금의 소득대체율이 40년 가입기간 대비 2008년에 60%에서 50%로 인하되었고 2028년에는 다시 40%로 인하될 예정이다.

전체적인 노후소득보장을 높이려면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이 서로 협력해야 한다. 다행히 양 연금의 기여금 부담률은 17.33%에 이른다. 근로자는 국민연금의 근로자부담분인 4.5%만 부담하면 되기 때문에 근로자에게 매우 유리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그런데 우리 근로자들이 지금처럼 자유롭게 퇴직금을 중간정산하게 되면 다층 보장제도의 장점은 사라지고 국민연금만으로 노후생활을 유지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퇴직급여의 중간정산을 제한하게 된 것이다. 애초 퇴직금제도는 중간정산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근로자가 퇴직할 때 비로소 퇴직금지급 청구권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간정산이라는 낯선 제도가 들어왔다. 기업이 퇴직금 적립 및 일시금 지급의 부담을 덜고자 중간정산을 남발하면서, 현실에서는 근로자의 이익보다는 기업을 위한 편법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더 많다. 이미 3년 전부터 근퇴법 개정안에서 중간정산의 규제를 예고하였음에도 노동계가 크게 반대하지 않은 것도 중간정산의 편법 활용에 대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정안이 중간정산을 완전히 금지한 것은 아니다. 근로자가 일상생활 중에 부득이하게 다액의 현금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유를 정해 재직 중 적립된 퇴직금을 활용할 수 있도록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유는 시행령에서 규정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제도의 취지를 고려해 합리적으로 그 사유를 정하면 될 것이다. 다만, 어렵게 마련한 노후소득보장 제도의 취지가 퇴색되지 않도록 그 사유를 엄격하고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2011-09-1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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