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여기] 우면산이 남긴 ‘시민의 뜻’/송한수 사회부 차장

[지금&여기] 우면산이 남긴 ‘시민의 뜻’/송한수 사회부 차장

입력 2011-08-20 00:00
수정 2011-08-20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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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직한 사람은 시비(是非)를 잘 따지기 마련인데 청렴결백하면서도 남을 잘 포용하고, 어질면서 결단을 잘 내리고, 총명하면서 남의 허물을 들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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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한수 사회2부 차장
송한수 사회2부 차장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국장급 사무실에 이런 붓글씨가 걸려 민원인의 눈길을 끈다. 무상급식 지원 범위를 묻자는 주민투표를 놓고 두 쪽으로 나뉘어 난타전을 벌이는 요즘 ‘시민의 뜻’을 어떻게 모을 것인가를 넌지시 일러주는 듯해서다. 위정자들이 ‘국민의 뜻’이라는 표현을 즐겨 쓰는데, 한발짝 물러나 좋게 보더라도 보통 ‘자신의 뜻’을 나타낸 것이다. 정치인은 아니지만 좋은 사례가 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지난 5월 “경찰 신뢰에 흠이 가더라도 국민 뜻을 따르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줄곧 고집했던 ‘3색 신호등’ 설치계획을 거둬들이면서 한 말이다. 참 앞뒤가 맞지 않는다. “국민들의 이야기를 받아들이면 경찰에 대한 신뢰성은 떨어진다.”는 엉터리 논리를 스스로 내걸었던 셈이다. 사실은 거꾸로다. 경찰이 신뢰를 저버린 일을 벌이다 보니 거센 저항에 부딪혔고, 물러설 땅을 잃어 수용한 것이다. 새 신호등을 시범 설치했을 당시 기자를 태운 택시의 운전기사는 “헛돈을 길바닥에 마구 뿌린다.”며 대놓고 욕설을 퍼부었다. 경찰은 목청 터지게 외쳤던 구호를 철회하면서도 홍보 부족 탓으로 돌렸다.

반대로 시민의 뜻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반가운 일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달 말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 때다. 피해를 입은 아파트 주민대표가 서울시 R과장에게 넙죽 큰절을 올려 놀라게 만들었단다. R과장은 물에 잠긴 지하실을 둘러본 뒤 수소문해 흙더미를 걷어내고 끊긴 전기를 잇도록 도왔다. 상황실에 앉아 전화만 받지 않고 주민들에게 가장 절실한 게 무엇인지 파악에 나선 것이다. 그는 “용산·노원·중구에서 흔쾌히 준설차량을 내놓은 덕분”이라며 웃었다.

아무튼, 국민(시민)의 뜻은 현장에서 찾아야 하는 법이다. 위정자들이 표(票) 때문에 행동하는지, 아닌지는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으면 금세 알 수 있다. 유명한 프로야구 포수가 남긴 말이 떠오른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른다면 당신은 결국 가고 싶지 않은 곳으로 가게 된다.”

oneko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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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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