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제로니모/황진선 특임논설위원

[씨줄날줄] 제로니모/황진선 특임논설위원

입력 2011-05-06 00:00
수정 2011-05-06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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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니모(1829~1909)는 아메리칸 인디언의 영웅이다. 인디언 영토를 침입해 들어오는 멕시코와 미국을 상대로 마지막까지 투쟁한 걸출한 전사였다. 아메리카 원주민이 연합해 미국에 승리를 거둔 기념비적인 리틀 빅혼(Little Bighorn) 전투 등을 이끌었다. 별칭은 크레이지 호스(Crazy Horse). 성난 말 또는 미친 말이라는 뜻이다. 사우스다코타 주의 검은 언덕(Black Hills)에는 지금도 크레이지 호스상이 건립되고 있다.

사우스다코타에는 미국의 영웅들이 모여 있다. 크레이지 호스상에서 불과 27㎞ 떨어진 러시모어 산에는 조지 워싱턴,토머스 제퍼슨,에이브러햄 링컨,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얼굴상이 새겨져 있다. 4명의 큰 바위 얼굴상은 1927년에 시작해 1941년에 완성했다. 크레이지 호스상은 역대 대통령들의 큰 바위 얼굴만큼 관광객들이 많이 찾지는 않는다. 초라하다는 느낌도 있다. 대통령 얼굴상 제작에 참여했던 코자크라는 조각가가 인디언 수우족 추장의 부탁을 받고 1947년부터 조각을 시작했다고 하니 60년이 넘었다. 그렇지만 말을 타고 달리는 크레이지 호스상의 건립을 허용하는 것만으로도 미국인의 포용력을 보는 것 같아 묘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완공하기까지 100년은 더 걸릴 것이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규모가 엄청나다. 크레이지 호스의 얼굴상만으로도 러시모어 산의 4명의 대통령 얼굴을 가릴 수 있다고 한다.

오사마 빈라덴이 사살된 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수행 방식에 대한 미국 내 지지도가 56%로 나타났다고 한다. 4월의 47%보다 10% 포인트 가까이 오른 것이다. 하지만 구설도 타고 있다. 외신은 빈라덴이 무장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미 특수부대에 체포된 것으로 전했다. 더욱이 부인과 12살짜리 딸이 보는 앞에서 사살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살의 정당성 논란까지 일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원주민들이 빈라덴 제거 작전에 ‘제로니모’라고 이름을 붙였다 해서 반발하고 있다. 원주민의 영웅 제로니모를 빈라덴과 동일시한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미군 당국자들은 2차세계 대전 당시 낙하병이 적지 상공에 뛰어내릴 때 “제로니모”라고 외친 것처럼 용기와 희생의 상징으로 작전명을 붙인 것이라며 부인한다. 하지만 리언 패네타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P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현장에서 제로니모를 잡았다.”라고 말한 바 있다. 미국 주류 사회에는 아직 무의식적으로 인종을 차별하는 잔재가 있는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황진선 특임논설위원 jshwang@seoul.co.kr
2011-05-0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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