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말의 허물/김성호 논설위원

[씨줄날줄] 말의 허물/김성호 논설위원

입력 2011-01-29 00:00
수정 2011-01-29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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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뇌 세포의 98%는 말의 지배를 받는다고 한다. 말을 하면 뇌에 입력되고 뇌는 척수를 지배해 행동을 좌우한다는 과학적 논리다. ‘말은 행동을 지배한다.’는 사회학적 주장이나 ‘말이 씨가 된다.’는 격언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말의 중요함에 대한 강조다. 중국 당대 인재 등용 기준인 신언서판(身言書判)의 둘째 항목도 말 씀씀이의 정교한 관찰이다.

말을 가려 쓰자는 신중함의 당부는 양의 동서와 시대의 고금을 가리지 않는다. ‘말로써 말 많으니 말을 말까 하노라.’의 시조며, 귀는 두개인데 입은 하나인 까닭도 잘못된 말이 부를 화를 경계해서다. 불교도 인간이 살면서 몸·말·뜻으로 짓게 되는 세 가지 죄업(三業) 가운데 하나로 세치 혀의 잘못된 놀림인 구업을 놓고 있다. 말은 이렇게 끊임없이 경계의 대상으로 신중함이 강조되지만 보통 사람들의 입은 여전히 오염과 허물의 씨앗이다.

우리 사회 속 잘못된 말의 폐해는 심각하다. 지식인은 물론 정치인, 학생 할 것 없이 폭언을 쏟아낸다. 안방극장에 저질 말이 넘치고 공식석상에서 정치인의 시정잡배식 막말도 예사다. ‘헛소리하는 이명박 정권을 확 죽여 버려야 하지 않겠나.’라는 막말에 이어 성형 안 한 여성을 ‘자연산’이라 빗댄 비하의 후유증이 심하다. ‘두번 감옥간 사람이 세번은 못가겠냐.’며 ‘착각하는 현 정부 한번 붙어보자.’고 했다는 한국노총 위원장의 폭언은 또 어떤가.

그런데 종교계의 막말도 험악하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사찰 주지 스님이 법회에서 ‘총무원을 찾아가 내 승적을 불태우겠다.’고 하더니 사찰 대웅전을 점령한 개신교 신자들은 ‘이 절이 무너지게 해주십사.’고 소리 높여 기도를 했단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사제들의 극언은 또 어떤가. 기자간담회에서 추기경이 한 발언을 놓고 ‘골수 반공주의자’로 몰아세워 사퇴까지 요구했다니 한국 천주교 초유의 반란이란 비아냥이 무색하지 않다. 세속과 구별되는 사랑·배려의 가치를 외면한 독선의 일탈이 심상치 않다.

엊그제 조계종 총무원장, 한기총 대표회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의 회동이 화제다. 모임에서 한기총 회장은 “가장 큰 허물은 언어의 허물”이라고 했다. 심해져 가는 이웃종교 간 갈등을 의식한 발언일 터. 종교 간 충돌을 저어하는 말의 자제와 신중함에 대한 당부. 그런데 지금 우리 종교의 허물을 인정하는 언사로 비쳐짐은 왜일까. 인류가 가진 최고의 도덕률이라는 종교인데, 말 그대로 말의 허물만이라도 벗겨낼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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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2011-01-2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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