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능시험을 마친 제자들에게/김혜남 서울 문일고 교사·한국교총 현장대변인

[기고] 수능시험을 마친 제자들에게/김혜남 서울 문일고 교사·한국교총 현장대변인

입력 2010-11-19 00:00
수정 2010-11-19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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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남 서울 문일고 교사·한국교총 현장대변인
김혜남 서울 문일고 교사·한국교총 현장대변인
12년간의 대형 프로젝트가 끝났구나. 그동안 너희들이 쏟아온 열정과 노력이 너무 자랑스럽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수용하지 못하고 공부로만 몰아친 것에 대해서 참으로 안타깝고 미안하다. 소질과 적성을 계발하도록 너희들의 잠재력을 키워주고, 다양한 가능성에 자신감을 심어 주었어야 했는데….

수능발표가 난다고 모든 상황이 종료되진 않아. 승자와 패자가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시도 있고 또 다른 도전도 있기 때문에 잠깐 실패했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당당하게 다시 일어서야 돼. 긴 인생길로 볼 때 이것이 최후가 아니거든. 우울하고 허탈한 감정이 들 수도 있을 거야. 아무도 나를 인정해 주지 않는다는 무기력감에 휩싸일 수도 있어.

하지만 너는 다른 사람이 없는 소중한 무엇을 가지고 있을 수 있어. 부드러운 마음씨도 있을 것이고, 다른 사람을 쉽게 이해해 주고 포용해 주는 따뜻함도 있을 거야. 정말 그렇다면 상당한 강점이 있는 거야. 사회는 그런 잠재력이 있는 사람을 필요로 하는 곳도 많지. 그러한 강점을 더욱 강화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넌 이미 경쟁력을 갖춘 사람이야.

수능이 끝난 후에 정말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을 해보자. 입시상담을 하면 점수에 맞춰서 학과가 널뛰지. 정말로 이런 아이들이 자신의 전공분야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안타깝단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자기가 하는 일에 만족을 느끼며 살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야. 반면에 어떤 녀석은 하고 싶은 전공이 지리교육인데 점수가 안 되자 지방 국립대를 간 녀석이 있었지. 이런 녀석은 분명히 10년 뒤에는 자신의 분야에서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면서 주위사람들에게 보람을 안겨주는 녀석이 될 것으로 생각되어 전화번호와 주소까지 적어두었지.

어떤 결과가 나오든지 가장 근본적이고 기본적인 것은 무엇보다 풍부한 경험을 해보는 것, 폭넓은 교양과 상식을 쌓는 것이란다. 그래야만 지금까지 보지 못한 세상을 볼 수가 있을 걸. 선인의 지혜를 전수받고 삶의 지혜를 깨닫는 가운데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질 거야. 책 속에서만 지혜를 깨달으려고 하지마. 케케묵은 지식에 불과할 수도 있거든. 뛰쳐나가. 커피집의 아르바이트도 좋고, 아니면 배낭을 메고 버스·기차에 올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소주잔을 기울여봐. 사람은 다양한 교류를 통해서 더욱 풍부해지고 발전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체험할 수 있을 거야.

책을 읽든지 사람을 만나든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습관을 가져봐. 세상은 너희 자신이 창조하고 만들어 나가는 거야. 또한 모든 지식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마. 항상 묻고 뒤집어 보고 따져봐. 이렇게 묻고 따지지 않는 공부는 진짜 공부가 될 수 없어. 그리고 꾸준히 공부해. 배터리를 충전하듯이 평생 지혜를 충전해야 인생의 승자가 될 수 있는 거야.

이런 자세가 바탕이 된다면, 그리고 진실로 실천하는 삶을 산다면 네가 인생의 승자가 될 수 있어. 10년 후에는 수능을 잘 봐서 좋은 대학을 들어간 친구보다 더욱 경쟁력 있고, 인정 받는 실력자가 되어 있을 거야. 수능을 잘 보았든, 못 보왔든 모두 너희는 우리의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제자들이란다. 제자들아, 사랑한다.
2010-11-1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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