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화양극장/김성호 논설위원

[씨줄날줄] 화양극장/김성호 논설위원

입력 2010-11-10 00:00
수정 2010-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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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영화상영관이라면 보통 멀티플렉스를 떠올린다. 여러 개의 상영관을 갖춰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는 복합상영관. 멀티플렉스의 홍수 속에서도 40대를 넘긴 중장년층과 나이든 세대에게 상영관은 단관극장으로 각인된다. 입장권 한 장을 사 극장에 들어가면 몇번씩이라도 같은 영화를 반복해 볼 수 있는 극장. 동시상영이라도 걸리면 표 한 장으로 두 영화를 볼 수 있던 추억의 공간이다.

첨단시설의 편리함은 없지만 삐걱대는 의자며 끈적이는 바닥의 허름함에도 함께 울고 웃던 공유의 공간. 필름 수가 적어 한 영화를 보려면 특정 개봉관엘 가야만 했던 시절, 이 단관극장은 많게는 1000석씩 갖춰 손님을 맞으며 활황을 누린 문화공간이었다.

1907년 한국 최초의 영화관 단성사를 필두로 ‘영화 1번지’를 형성한 서울 종로통의 피카디리·서울·파고다·허리우드며 을지로의 국도, 초동의 스카라. 부산 남포동의 국도, 광주 계림과 태평, 대구의 대구·자유, 대전의 대전·신도·중앙…. 90년대 후반부터 우후죽순 격으로 들어서기 시작한 멀티플렉스에 밀려 문을 닫거나 시설을 바꿨지만 이름만 들어도 향수와 추억을 부르는 단관들이다.

서울에 남은 마지막 단관 화양극장이 사라질 모양이다. 서울시가 급증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24층짜리 관광호텔을 지으려고 재개발계획을 추진 중이다. 1964년 정초, 임권택 감독의 ‘단장록’을 상영하며 문을 연 700석 규모의 극장. 개봉관으로 바뀐 뒤 1980년대 ‘천녀유혼’‘영웅본색’ 같은 홍콩영화 명소로 주목받았지만 역시 멀티플렉스의 바람에 꺾인 극장이다. 1998년 시사회 전용관으로, 지난해엔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뒤 지난 10월 노인전용 문화공간으로 개관했지만 여전히 단관 화양의 이름이 높다.

‘미션’ ‘자유부인’ ‘고교 얄개’ 같은 추억의 영화를 보여주며 서울 서부지역 젊은이들의 해방구 역할을 하기도 한 유일한 단관. 지난달 서울시가 노인들의 휴식처와 문화공간으로 개관한 청춘극장은 서울시 전 직원을 대상으로 공모한 명칭이었다. 관광호텔 건축계획은 시민들의 의견 수렴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지만, 화양극장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운명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향수와 추억의 공간이자 유일하게 단관 명맥을 유지하던 화양의 퇴장이 안타깝다. 새로운 것이 모두 좋기만 할까. 맘속 고향처럼 옛것의 훈훈함에 젖을 수 있는 단관극장 하나만이라도 남겨 둘 수는 없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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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2010-11-1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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