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시대] 한·중·일간 경제협력의 중요성/이병화 조선대 경제학과 교수

[지방시대] 한·중·일간 경제협력의 중요성/이병화 조선대 경제학과 교수

입력 2010-11-09 00:00
수정 2010-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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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화 조선대 경제학과 교수
이병화 조선대 경제학과 교수
1990년대 초 유교가 동아시아국가들의 경제발전에 미친 영향에 관한 국제세미나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그 세미나에서 발표된 한 논문에 따르면 유교는 동북아 전 지역의 경제발전에 영향을 미쳤지만 한·중·일 세 나라 간 유교의 덕목 중 특히 강조된 것이 서로 달라 그 영향의 정도와 방향에서 국가별로 차이가 생겼다는 것이다. 유교의 여러 덕목 중 중국에서는 인(仁)이 특별히 강조되었으나 한국에서는 예(禮)가 매우 중시되었고, 일본에서는 오히려 의(義)와 지(知)가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간주되었다는 주장이었다.

논문에 따르면 산업사회에서 인과 예보다 의와 지가 더욱 중요한 덕목인데, 그 이유는 기업생산조직 및 기술개발 등에 추상적인 인이나 형식을 중시하는 예보다 의와 지가 더욱 실제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이제 산업사회에서 지식기반사회로 이행을 하여 과거 산업사회에 적합한 가치체계 또는 공동규범이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유효한지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한·중·일 간에 서로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다르고 그래서 상호 보완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몇년 전 광주시 부시장 신분으로 미국 실리콘밸리에 현직 장관과 동행 출장간 적이 있었다. 그분이 필자에게 “미국 모토롤라에서 1년에 만들어 내는 휴대전화 모델이 30개 안팎인데 한국의 대표 전자회사에서 1년에 만들어 내는 모델은 몇개나 되겠냐.”고 물었다. 필자는 대충 “60개 정도 되지 않겠냐.”고 답했다. 그분은 “그보다 훨씬 많은 240개 안팎의 모델을 생산한다.”고 말했다. 외국기업 경영자들은 우리의 이러한 응용 역량에 놀라고 감탄한다고 했다.

우리의 대화는 정보통신 분야에서 한·중·일 간의 보완 관계로 이어졌다. 한국은 응용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일본은 기초소재 핵심부품에서 절대적 우위에 있으며 중국은 저렴한 인건비를 무기로 인접국에서 부품을 조달하여 조립 생산, 제3국에 수출하는 구조로 특화돼 있다. 이처럼 한·중·일 간에는 국민특성의 차이이거나 또는 경제발전단계의 차이이거나 경제적으로 상호 의존적 보완관계에 있다.

그래서 스위스의 저명한 경제학자는 동아시아 전체가 부품을 분업생산하고 이를 모아 조립하는 하나의 거대한 현대식 생산공장과 같으며, 역내 무역은 이러한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와 같다고 주장하였다. 또 만일 역내 국가 간 문제가 발생하여 무역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현대식 공장에서 일부 부품을 운반하는 컨베이어 벨트에 고장이 생겨 전체 공장의 가동이 중단되는 것 같은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최근 중국과 일본 간에 영토문제가 발생하여 불편한 관계로 진전되고 있다. 더구나 이와 유사한 분쟁은 역내에서 언제든지 또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한·중·일 3국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상호의존적 관계이다. 이제 우리는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으로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위상도 변하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위상변화에 걸맞게 역내 협력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실행하는 데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2010-11-0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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