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낙지데이/박대출 논설위원

[씨줄날줄] 낙지데이/박대출 논설위원

입력 2010-10-21 00:00
수정 2010-10-21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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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 불신시대다. 불신엔 성역이 없다. 내용도 복잡다단하다. 그래도 분류는 가능하다. 이유 있는 불신과 이유 없는 불신이 요체다. 경계는 불분명하다. 한쪽에서 이유 없는 불신으로 규정해도, 반대쪽은 인정하지 않는다. 거의 예외가 없다. 낙지 유해 논란만 예외다. ‘완전한’ 이유 있는 불신이 돼 버렸다.

이유 있는 불신은 정부가 자초했다. 서울시는 유해,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무해하다고 한다. 국민들이 믿을 도리가 없다. 먹거리 불신은 오래된 얘기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4년 반 동안 불량식품 8183t이 적발됐다. 회수량은 1988t에 그쳤다. 무려 6195t이 방치된 것이다. 적발되지 않는 불량식품, 유해음식은 도대체 얼마나 될까. 이러니 국민들이 낙지를 꺼려하는 건 당연하다. 낙지잡이 어민, 낙지식당 상인들만 피해가 막심하다.

서울시가 어제 ‘낙지데이’ 행사를 가졌다. 전남 무안에서 공수해 온 세발낙지로 충당했다. 낙지 소비를 촉진하자는 취지다. 서울시 구내식당은 북새통을 이뤘다. 일부 어민은 하루나마 시름을 덜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교동 낙지골목은 한산했다. 서울시는 먹물과 내장은 빼고 조리했다. 두 가지의 유해 주장을 접지 않은 것이다. 오세훈 시장은 ‘과학적 진실’이라고 소신을 굽히지 않는다. 유해하다는 국산 낙지 3건 중 1건이 중국산으로 밝혀져도 요지부동이다. 식약청도 주장을 접을 자세가 아니다. 논란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어제 서울시 홈페이지 게시판에 이런 글이 떴다. 충남 태안에서 23년간 박속낙지탕 식당을 운영하는 42살 주부가 올렸다. 서해안 기름 유출, 태풍 곤파스 피해로 겪어온 고통도 소개했다. 올 2월에 남편이 급성 스트레스성 위암으로 세상을 떠나 9개월, 28개월 된 아이들과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고 했다. 오 시장에게 책임을 지라며, 아니면 아이 둘을 업고 상경하겠다고 했다. 이렇듯 어민들과 관련 단체들의 반발은 계속될 전망이다. 시위, 항의방문, 손해배상 소송 등을 준비 중이다.

이쯤 되면 소비자가 나설 때다. 이론이 없는 게 있다. 내장과 먹물을 빼면 괜찮다는 사실이다. 낙지가 제철을 맞았다. 쓰러진 소도 일으켜 세운다는 고단백 보양식이다. 타우린 성분은 문어과 해산물 중 으뜸이다. 동맥경화, 협심증, 심근경색을 예방한다, 흔히들 뭘 먹을까 고민한다. 이럴 때 낙지요리를 찾으면 어떨까. 각자가 그날을 낙지데이로 삼자. 서울시는 아예 주1회를 검토해 보라. 내장과 먹물은 개인 취향에 맡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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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출 논설위원 dcpark@seoul.co.kr
2010-10-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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