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시민단체는 지방의원의 외유 감시해야/한형서 한양대 정부혁신연구소 연구교수

[기고]시민단체는 지방의원의 외유 감시해야/한형서 한양대 정부혁신연구소 연구교수

입력 2010-10-08 00:00
수정 2010-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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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실시 이후 선출직 공무원의 인사권 남용 및 이권개입 등의 문제가 계속되어 왔다. 지방의원은 자기가 소속된 지자체에 대한 감독과 감시를 소홀히 한 채 자기 몫을 챙기는 데 급급하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지방자치의 필요성과 풀뿌리 민주주의의 정착을 기대하는 입장에서 말할 수 없는 비애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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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형서 한양대 정부혁신연구소 연구교수
한형서 한양대 정부혁신연구소 연구교수
지방의회가 변하지 않으면 지방정치는 발전의 희망이 없다.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심각한 재정위기에 직면해 있지만 지방의원들은 선진 의정활동을 학습한다는 핑계로 관광성 외유를 해왔다. 반복된 관광성 외유는 왜 일어난 것일까?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만큼 지방의원들이 해외 시찰이나 선진 의정문화를 경험하는 것 자체를 비판해서는 안 된다. 독일 프리드리히 나우만 재단이 주관, 우리 지방의원들이 독일현지의 의정활동을 견학하고 배울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추진했던 것이 좋은 사례이다. 사전에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가서 무엇을 보고 체험할 수 있는지, 또 우리가 부족한 점을 배워 지방정부에 벤치마킹한다는 전제가 있다면 오히려 장려할 일이다. 하지만 지방의원들의 행태는 아무 계획 없이 선진문화를 탐방한다든지, 여행국에서 배울 수 있는 구체적인 프로그램 없이 외유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주민의 귀중한 혈세를 낭비하는 관광성 외유로 비판 받아 마땅하다.

지방의원이 선진의정문화를 탐방할 필요가 있다면,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지방의원들이 왜 특정지역을 방문해야 하는지, 그곳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현지 사정이 밝은 전문가와 협의하여 원하는 목적을 달성한다면 아무도 관광성 외유라 비판하지 않을 것이다. 또 지방의원들이 방문하는 나라에서 누구를 만나 어떠한 부분을 배우고 경험할 것인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단체나 인터넷을 통해서 지역주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귀국한 뒤에는 방문 과정을 상세히 기록한 결과보고서를 공개하여 객관적인 평가를 받는 것도 중요하다.

지방의원들이 분명한 목적을 갖고 투명하게 선진국을 시찰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현실은 다른 만큼, 정부는 지방의원들의 관광성 외유를 막기 위해 적절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또 시민단체는 지방의원의 관광성 외유를 보다 적극적으로 감시해야 한다. 의원들의 선진문화 탐방에 대한 사후적 평가도 중요하지만, 주민의 혈세 낭비를 막기 위해 사전적 감시와 대응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지방의원들이 탐방 목적과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지, 또 이러한 탐방이 꼭 필요한지를 검증할 수 있도록 ‘(가칭)시민위원회’를 프로그램 기획단계에서부터 참여시키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사후적인 평가로서 시민단체는 지방의원들이 출장지에서 경험한 제1차 탐방결과보고서를 받고, 이것을 지역주민에게 공개하는 것은 물론, 외부 인사와 전문가들이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전국단위의 탐방평가단을 만들어 검증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지방의원들의 의식전환이 우선되어야 하겠지만, 적절한 제도적 장치를 갖추어 분명한 목적과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없는 지방의원들의 해외탐방이 사라지기를 기대한다.
2010-10-0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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