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노들섬 예술마을 조성 갈등을 보며/한명희 이미시문화서원 좌장·예술원 회원

[시론]노들섬 예술마을 조성 갈등을 보며/한명희 이미시문화서원 좌장·예술원 회원

입력 2010-09-29 00:00
수정 2010-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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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희 이미시문화서원 좌장·예술원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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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꿈은 삶의 존재의미이자 역사 발전의 추동력이랄 수 있다. 개인이건 국가건 내일의 꿈이 있기에 오늘의 역경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며 극복해 간다. 피란시절 부산의 천막교실에서도 우리는 내일의 꿈씨를 심어왔고,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도 우리는 담대하게 고속도로를 뚫고 중공업에 투자하며 내일의 꿈을 가꿔왔다. 바로 이같은 꿈의 결실들이 어떠했는지는 오늘날 우리사회의 발전상이 웅변으로 증언하고 있다. 하루 세 끼 입에 풀칠하는 데만 연연했다면 어림도 없는 일들이었다. 비록 온고(溫故) 없이 지신(知新)만을 앞세우고 법고(法古) 없이 창신(創新)에만 매달리는 세태가 되었지만, 진취적인 꿈(비전)이 얼마나 사회와 국가의 격을 탈바꿈시키는지를, 차제에 우리는 찬찬히 역사의 거울에 비춰볼 일이다.

유난히 길고 무더운 지난 여름, 그래도 한 줄기 꿈이 있어서 위안이 된 적이 있다. 서울시가 발표한 한강예술섬 조성사업이 곧 그것이었다. 명색이 문화예술계에 몸담고 있는 처지라서인지, 나는 노들섬의 예술단지 조성계획을 접하고 나서는 절로 동심으로 돌아가 동화의 나라를 들러보는 즐거운 공상에 빠져들곤 했다. 말하자면 오동씨만 보고도 제 흥에 겨워 춤을 추고 있었던 셈이다. 필경 ‘노들강변 봄버들 휘휘 늘어진 가지에다, 무정세월 한 허리를 칭칭 동여 매여 볼까.’라는 귀에 익은 가사의 ‘노들강변’이나 ‘한강수 타령’ 등이 각인시킨 골수의 정서 때문이지 싶기도 하고, 물산이 한양으로 모이던 수운(水運)의 시절, 노들은 물론 마포와 서강 일대를 주름잡던 선소리(산타령패)패들의 낙천적인 풍류문화가 부러워서 더욱 그랬던 듯도 싶다.

역사의 전개엔 우연도 필연도 있을진대, 노들섬의 예술단지 조성은 영락없는 보본반시(報本反始)의 필연적인 인연의 끈처럼 느껴진다. 그만큼 노들섬에는 다양한 역사적, 문화적 퇴적층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금강산의 모래알이 북한강을 흘러 백사장을 이루고, 정선골 아라리가 남한강 뗏목을 타고와 노들에 가락을 풀었듯이, 기실 노들섬은 갖가지 시대적 애환과 민담들이 얼기설기 서려 있는 민족정서의 보물섬이자, 문화예술창조의 텃밭이 될 안성맞춤의 최적지이다. 이같은 유서깊은 장소에 멋진 예술마을이 들어선다는 것은 부푼 꿈이자 신명 나는 청사진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최근들어 이같은 신명 나는 꿈단지에 금이 가는 소리가 들린다. 서울시와 의회 간의 시각차로 예술섬 조성에 큰 차질을 빚을 전망이라는 보도가 곧 그것이다. 한마디로 안타깝기 짝이 없다. 그동안 우리는 문화예술이 국가의 존망을 가르는 문화의 세기가 당도했다고 호들갑을 떨어왔고, 지금도 한류니, 스토리텔링이니, 콘텐츠 산업이니 하며 백가쟁명의 주장들이 시대적 화두가 되고 있다. 세상은 이처럼 쓰나 다나 문화의 시대로 재편되고 있는데, 아직도 한국의 대명사요 문화의 심장부인 서울시가 시대적 추세를 견인하고 선도하지 못하는 듯싶어 야속한 생각까지 든다.

세상만사에 절대진리란 없다. 각도와 판단에 따라서 주장이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들섬의 예술마을 조성 문제는 실현을 위한 방법론의 주장들이어야지, 행여 그들만의 내적 갈등이나 유명무실로 연결되는 시시비비여서는 곤란하다. 노들섬 프로젝트는 그만큼 많은 국민들이 염원하는 꿈의 설계요, 문화대국으로서의 국격과 자긍심이 걸린 엄중한 현안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동굴의 우상‘에서 벗어나 과감한 선각의 예지로 동북아의 문화, 아니 언필칭 아시아 시대라는 절호의 문명사적 조류를 향도하고 조율해갈 근사한 문화예술의 요람지 하나쯤 갖고 봄이 지당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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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에 분망한 위정자들이시여, 꿈만 주면 더 바랄 게 없는 국민들에게 내일의 희망인 꿈이라도 제발 꾸게 합시다. 가뜩이나 세파에 시달리는 이웃들에게 남가일몽(南柯一夢)의 개꿈이나 안겨줘서는 서로가 민망하니, 청컨대 ’청풍이 서래(徐來)하는 가을 밤‘ 노들섬에 배 띄우고 완월장취(玩月長醉)하는 꿈이라도 좀 꾸어보게 합시다.
2010-09-2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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