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시대]국립대 공법인격 자치체로 만들어야/하혜수 경북대 행정학 교수

[지방시대]국립대 공법인격 자치체로 만들어야/하혜수 경북대 행정학 교수

입력 2010-08-10 00:00
수정 2010-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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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009년 울산과기대의 설립을 시작으로 국립대 법인화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밝힌 국립대 법인화의 목적은 대학의 자율성과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다. 국립대학은 교과부 소속의 행정기관인 탓으로 정부의 과도한 간섭과 통제를 받아 왔다. 때문에 국립대학을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는 특수법인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특수법인은 한국전력 같은 공기업과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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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혜수 경북대 행정학 교수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 교수
과연 국립대학을 공기업 형태의 특수법인으로 만들면 대학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까. 공기업은 여전히 정부의 간섭과 통제를 받으며, 경쟁력과 성과가 낮아 끊임없는 민영화 압력에 노출돼 있다. 실제로 국립대 법인 법률안에 규정된 의결기구(의사회)의 구성과 총장 선출방식을 보면, 현재의 국립대보다 더 심한 통제를 받게 된다. 15명 이내의 이사 중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임명되는 외부 인사가 절반 이상(실제로 10명)을 차지한다. 총장 선출도 총장선출위원회가 추천한 후보자 중에서 이사회가 선출하여 교과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정부의 입김이 너무 강해 대학의 자율성과 경쟁력을 위한 법인화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국립대학의 공공성 확보도 곤란할 것이다. 국립대 법인은 대학 운영 성과를 평가받고, 이에 연동하여 대학의 재정 지원이 결정되기 때문에 돈이 되지 않는 기초학문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1년 단위의 단기평가로 인해 장기적 성과가 기대되는 학문과 연구를 등한시하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국립대의 자율성 제고를 지지하지만 국립대학을 공기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하고 있다. 당초 정부는 국가의 재정지원을 줄여가는 일본식 국립대 법인을 추진하다가 교직원의 반발이 거세고 국회의원의 동의 확보가 어렵게 되자 국가의 재정지원을 강화하면서 의사결정 구조만 일본식을 따르는 절충형을 취하고 있다.

현재의 국립대학 체제 하에서 정부의 간섭을 줄이면서 대학의 자치를 강화하는 대안은 없을까. 국립대학에 공법 인격을 부여하는 프랑스식을 생각할 수 있다. 프랑스의 대학은 원칙적으로 모두 국립기관이면서 독립된 공법 인격(영조물)을 가지고 있다. 교수와 교직원은 공법상 공무원이고, 총장은 교원에 의해 선출되며, 최고의결기구인 관리평의회(교원대표가 40~45% 차지)가 대학의 주요 정책을 결정한다.

우리나라 국립대학도 자치단체처럼 공법인으로 하면서 보다 높은 자치권을 주면 대학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공법인의 교수와 직원은 국가공무원 신분을 유지하지만 총장과 의결기구의 자율성은 커져 공공성과 자율성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대학총장은 집행부의 수장이 되고, 대학 의회가 의결기능을 갖게 되며, 교수와 교직원 및 학생의 3주체가 대표 선출과 주요 정책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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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법인격을 가진 국립대학이 자치체로서 보다 높은 자율성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키울 수 있으며, 대학자치를 규정한 헌법원리에도 부합한다. 국립대 법인화가 정부의 지원과 책임을 줄이는 데 있지 않다는 정부의 말이 사실이라면 공법인 국립대를 못 만들 이유가 없을 것이다.
2010-08-1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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