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도시고속도로 유료화/노주석 논설위원

[씨줄날줄]도시고속도로 유료화/노주석 논설위원

입력 2010-07-09 00:00
수정 2010-07-09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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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차를 몰아본 사람들은 살인적인 통행료에 질린다. 도쿄에서 오사카까지 거리는 약 500㎞인데 14만원 정도의 편도 통행료를 물어야 한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오지 않자 일본 정부는 지난해 3월 수도권을 제외한 고속도로의 주말 통행료를 1000엔 미만으로 내렸다. 고속도로변 유명 음식점들이 문전성시를 이뤘다고 한다.

요즘은 더 재미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른바 ‘고속도로 무료화 실험’이다. 일본 집권 민주당이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다. 지난달 28일 0시부터 오는 2011년 3월 말까지 일본 전국 37개 노선 50구간에서 통행료를 받지 않기로 한 것이다. 전체 도로의 20%에 해당한다. 교통량이 60% 정도 늘어나는 등 경기활성화 낌새가 보인다고 한다. 그러나 야당인 자민당은 세금의 수익자 부담원칙에 어긋나며, 23조원의 증세가 불가피하고, 자동차 배출량이 늘어나고, 항공과 철도교통량이 줄어든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특이한 사례지만 도시국가인 싱가포르에는 차량정체나 교통사고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도시 전역에 혼잡통행료 징수 시스템을 갖춰놓고 통행료를 자동부과하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총량을 정해놓고 자동차 구매를 제한한다. 자동차를 사려면 폐차의 차량등록증을 비싼 웃돈을 주고 공매방식으로 사들여야 한다. 차량은 오토바이를 포함해 80만대 선을 유지하고 있다. 차를 운전하려면 대가를 단단히 치러야 한다.

서울시의 싱크탱크인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서 어제 내놓은 보고서가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다. 이름하여 ‘도시고속도로 유료화 정책 도입방안 및 효과분석 연구’이다. 요약하면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를 유료화해 정체를 줄이고, 유지관리 재원도 마련한다는 내용이다. 1㎞당 통행료를 401원으로 잡으면 평일 출근시간대 두 도로의 총통행량이 32~35% 준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통행속도가 21~24% 빨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연간 200억원 이상의 순수입은 덤이다.

반발의 목소리가 높다. 서울시는 “내부 연구보고서에 불과할 뿐”이라며 정책 추진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냄새가 난다. 떠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결코 효과만 계산해서 추진할 사안이 아니다. 두 도로의 유료화가 주변도로와 시내교통에 미칠 치명적인 악영향을 두루 고려해야 한다. 싱가포르식 철벽통제가 불가능하다면 차라리 일본의 고속도로 무료화 배경을 생각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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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2010-07-0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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