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서울 港/육철수 논설위원

[씨줄날줄] 서울 港/육철수 논설위원

입력 2010-06-02 00:00
수정 2010-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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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은 오래 전부터 교통로·수송로·군사요충지 역할을 해왔다. 인천(제물포)에서 서울(한양)을 지나 내륙 깊숙한 곳의 충주까지 이어지는 한강 뱃길에 수많은 나루(津)가 발달한 것도 그 때문이다. 서울에 있던 10여개의 나루는 사람과 상품의 집산지였고 시장이 번성했던 곳이다. 광나루(廣津)·노들나루(梁津)·양화나루(楊花津) 등은 지금도 지명이 남아 있다. 지금은 서울이 내륙도시 이미지가 강하지만 나루를 중심으로 현대식 다리가 건설되기 전에는 항구도시였던 셈이다.

서울시가 지난 2008년 3월에 내놓은 ‘한강 프로젝트’사업은 한강의 옛 기능을 살리고 도시경관을 새로 꾸며 서울을 수상도시 이미지로 바꿔보자는 취지였다. 이에 따라 다리마다 형형색색의 조명을 비추고 한강변의 경관을 자연과 조화시켜 밤이나 낮이나 시민의 여가공간 및 관광지로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다. 인천 경서동에서 서울 개화동까지 18㎞에 이르는 경인아라뱃길(경인운하) 사업과 여의도에 관광항구(서울항)를 건설하려는 계획도 한강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아라뱃길이 예정대로 내년에 완공되면 4000~5000t급 선박이 다닐 수 있어 서울항 건설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항에는 37만㎡ 규모의 접안시설을 지어 120~150인승 크루즈선이 드나들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올 연말 착공해서 2012년 상반기에 완공한단다. 아라뱃길을 통해 서·남해안 관광지를 연결하고 중국 동부 연안도시까지 관광권으로 삼겠다고 한다. 그런데 서울항 사업이 시작하기도 전에 정쟁에 휩싸였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당 쪽에서 대운하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한 위장사업이라며 강하게 이의를 제기했다.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 6500t급 크루즈선 1척을 댈 수 있는 접안시설을 만들어 봤자 일본, 중국의 해상관광객 유치에 얼마나 효과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일부 환경단체에서도 경제성이 낮은 데다 습지와 밤섬 등 자연경관의 훼손을 우려하고 있다.

오해를 산 데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지난달 25일 국무회의에서 서울항을 무역항으로 개발토록 하는 항만법시행령을 의결해 놓고 닷새 동안 쉬쉬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재가가 나지 않아서 발표를 미뤘다는 해명은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서울시가 항구를 관광용으로만 쓴다고 강변해도 도무지 믿으려 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발표하면 될 일을 공연히 숨겨서 말썽이다. 해볼 만한 개발사업마저 ‘삽질’로 폄하되고 환경문제에 발목이 잡히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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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10-06-0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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