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헝 의회/이춘규 논설위원

[씨줄날줄] 헝 의회/이춘규 논설위원

입력 2010-05-10 00:00
수정 2010-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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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리더십의 위기를 겪고 있다. 일부 사회주의 국가나 제3세계 신흥국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중진·선진국이 그렇다. 특히 미국과 유럽, 일본 등 민주주의 선진국에서는 50% 이상 국민 지지를 받는 지도자가 드물 정도로 리더십이 현저하게 약화됐다. 1970~80년대 꾸준하게 국민 70~80%의 지지를 받는 강력한 지도자가 많았던 것과 대비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초 지지율이 80%에 육박했으나 집권 1년을 넘긴 현재 40%대로 추락했다.

지난해 8월 54년 만의 정권교체를 이뤄낸 일본 민주당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 정부도 지지율이 70% 안팎에서 20%선까지 급락해 흔들리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집권 초 60%대의 국민지지도를 보였으나 최근 20%대에서 허덕인다. 독일은 상당기간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정권이 없었다. 정당들이 연립해야 정부를 꾸릴 수 있는 연립정부가 일상적이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40% 지지율로 보수연립 정권을 꾸려간다.

리더십 약체화 원인은 여럿 지적되지만 정설은 없다. 다수의 학자들은 정보의 홍수를 원인으로 꼽는다. 과거 정치지도자들은 장막에 쌓인 채 필요한 경우만 대중매체에 출현, 약점이 노출되지 않았다. 반면 요즘 정치지도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언론에 대부분 노출된다. 민주화도 리더십의 약체화 요인으로 평가된다. 인터넷의 출현은 리더십 약체화 심화 요인이라고 한다. 지도자의 조그만 약점도 인터넷을 통해 삽시간에 퍼져버린다.

근대민주정치의 모델인 영국 의회가 다시 헝(Hung) 의회가 된 건 세계 리더십 위기를 상징한다. 헝 의회는 과반을 이뤄낸 정당이 없는 불안한 의회구도를 말한다. 의회가 안정적이지 못하고 매달려 있는 것 같다는 데서 유래했다. 6일 치러진 영국 총선에서 과반을 이룬 정당이 없었다. 제1당이 된 보수당마저 과반을 달성하지 못했다. 벌써 연내 재선거론이 나올 정도로 영국정치가 불안하다.

지구촌에 일반화된 리더십의 위기는 민주주의 자체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고도 하는데 대책은 없는 것일까. 당분간은 집권 뒤 빠르게 정권이 약체화되는 현상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빈발하는 세계경제위기는 정치지도자들의 위기를 심화시킨다. 그런데도 집권에 대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으니 역설적이다. 스마트폰 등 첨단 매체들이 리더십 위기의 촉매만은 아닐 것이다. 강력한 리더십의 복구는 어려운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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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2010-05-1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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