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욱 풀뿌리 정치] 지방선거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

[정세욱 풀뿌리 정치] 지방선거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

입력 2010-03-17 00:00
수정 2010-03-17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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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본업은 소홀히 하면서 선거에 올인하고 있어 부패·과열 양상을 띨 전망이다. 공천신청 자격부터 문제다. 한나라당은 2007년 4월 소속 자치단체장과 시의원의 비리로 여론의 질타를 받자 ‘개혁공천·도덕공천’을 다짐했다. 하지만 부정부패 혐의로 최종심에서 ‘벌금 이상의 형을 받은 자’에겐 신청자격을 안 주기로 한 당규를 고쳐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자’만 불허하기로 완화했다.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았더라도 ‘사면·복권된 자는 예외’로 허용하기로 했다. 사면 등으로 전과가 말소됐다면 공천신청을 박탈하는 게 위헌의 우려가 있다는 궁색한 변명을 했다. 민주당도 비리혐의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공천을 하지 않되, ‘예외적으로 공천심사위원 3분의2가 찬성하면 공천한다.’고 기준을 완화하더니 ‘2분의1 찬성’으로 더 낮추어 도덕성과 청렴성을 사실상 포기했다. 비리 전력자라도 헌금을 바치면 공천할 수 있다니 국민을 얼마나 무시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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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욱 명지대 명예교수
정세욱 명지대 명예교수
여야는 공천의 당위성으로 책임정치를 내세운다. 정당이 후보를 공천해야 그들이 잘못했을 때 책임질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민선 4기에 비리로 기소된 기초단체장 94명(230명 중 41.9%) 대다수가 한나라당인데 당이 책임진 적은 한 번도 없다. 이런 당이 위헌론을 내세워 비리 전력자를 또 공천하려고 한다. 더구나 한나라당·민주당 공천을 받으려는 예비후보들 간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해 벌써 ‘돈 공천’ 소문이 나돈다. 전직 경산시장과 청도군수는 공천 대가로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7억원, 5억원을 냈다. 민주당 역시 비리공천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적발된 공천비리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다. 국회의원에게 거액을 주고 공천 받아 당선되면 인사, 인·허가 비리를 저지르기 쉽다. 정당과 국회의원이 단체장을 범죄자로 내모는 현상이 이번에도 재연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나라당의 공천심사위원회 구성을 둘러싼 갈등은 가관이다. 서울시당 운영위가 권영세 시당위원장과 친박계의 지지를 받는 이종구 의원을 공심위원장으로 선출한 데 대해, 친이계는 공심위 구성이 무효라며 최고위원회의에서 뒤집겠다고 맞섰다. 이 불협화음은 이종구 의원과 친이계 핵심인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의 앙금, 2006년 강남구청장 공천을 싸고 공성진(강남을) 의원과 마찰을 빚은 데다 계파갈등이 얽힌 결과다.

도덕성과 청렴성을 구비한 인재를 공천하려면 누가 공심위원장이 되어야 하는가를 놓고 다투는 것이 아니라 지방 선거직이란 먹잇감을 놓고 서로 먹겠다며 싸우는 꼴이다. 여야는 정당이 관여할 수 없는 시·도 교육감 선거에까지 ‘보이지 않는 손’을 뻗치고 있어 교육감 선거마저 혼탁의 수렁으로 빠져들 것 같다.

국회는 그동안 제 역할을 못했다. 지난 2일 본회의에서 68건의 의안 중 ‘장기공공임대주택 지원법’ 등 39건을 처리하지 못한 채 2월 임시국회는 폐회됐다. 민주당이 발의한 학교체육법안이 부결되자 민주당은 퇴장했고 이후 한나라당 소속의원 169명 중 90명만 출석하여 의사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이날 불출석한 한나라당 의원 79명 중에는 회기 중임에도 외유를 떠난 의원도 있다. 국회의원은 법을 만드는 것이 본무(本務)인데, 할 일은 접어두고 공천권을 행사해 돈 받고 지방자치를 망가뜨리는 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2008년 9월 여·야는 한통속이 되어 의원보좌진을 1명씩 늘리는 법안을 신속히 통과시켜 제 밥그릇 챙기기에는 날렵함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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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를 잘못된 길로 가게 한 데는 정당을 보고 찍는 ‘묻지 마 투표행태’가 주 원인이다. 이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최후의 보루는 유권자밖에 없다. 정당공천을 받은 후보가 도덕성이 있고 유능하다는 보장은 없다. 이제는 정당을 무시하고 후보의 자질을 보고 찍어야 한다. 일본 국민들은 정당공천을 받은 후보를 찍지 않아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의 90% 이상이 무소속이다. 주민의 생활자치에는 정당이 개입할 필요가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이제는 국민이 높은 정치의식을 발휘하여 선거혁명을 일으켜야 할 때다. 정당의 횡포를 막아야 한다.
2010-03-1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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