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바람길/이춘규 논설위원

[씨줄날줄] 바람길/이춘규 논설위원

입력 2010-02-10 00:00
수정 2010-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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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도 지나가는 길이 있다. 바람길(風道)이다. 바람이 대도시에 들어오면 높은 건물에 가로막힌다. 높은 건물이나 인공 구조물로 인해 도시에서는 풍향과 풍속이 많이 변한다. 풍속을 30% 이상 감소시켜 스모그를 유발하기도 한다. 특히 건물들이 무분별하게 지어져 불규칙하게 있으면 바람이 잘 통하지 않게 된다. 건물의 높이와 방향을 적절히 조정, 바람길을 정비해야 하는 이유다.

일본 도쿄의 경우 도쿄만 연안지대에 30층 안팎의 초고층 빌딩들이 들어서며 바람길이 막혀 버려 여름철 도심에 열섬이 많이 나타난다. 도쿄처럼 바람길이 막히면 여름철 온도가 1~3도 상승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열대야를 유발하게 된다. 바람길이 차단되면 오염물질이 도시 외부로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해 도시의 대기오염을 심화시킨다. 식물들도 바람길이 있어야 튼실하게 자란다.

세계적으로도 바람길 연구와 조성이 한창이다. 도시의 지형과 기후에 맞추어 조성된 바람길은 공기 순환을 용이하게 한다. 바람길은 도시 또는 대규모 건물단지 외곽의 숲이나 수변공간 등에서 생성된 신선한 바람의 진입을 원활하게 만든다. 바람길이 녹지와 만나면 도시 내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산소를 늘리는 효과가 있다. 열은 흡수해 무더운 여름철에는 시원한 바람으로 변하게 된다. 실례로 서울 청계천 복원공사는 부수적으로 바람길 조성 효과도 가져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외국에서도 바람길이 관심을 끌고 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는 서울과 유사한 분지형 도시다. 1970년대 대기오염이 심각, 시민 건강이 위협받았다. 이에 따라 시 당국은 구릉지엔 건물 신축을 제한하고 건물 간격을 3m 이상으로 하도록 했다. 중앙부에 폭 150m의 숲과 바람길을 조성한 결과 공기가 맑아져 청정도시로 각광받게 됐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일본 후쿠오카 등도 바람길을 조성해 열섬 현상을 완화하고 대기 질도 개선했다.

서울시가 바람길 확보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니 반갑다. 서울은 최근들어 바람길 조성 논의가 활발했다. 분지형 지역이기 때문에 바람길을 만들어 공기를 순환시켜야 한다. 서울시는 기상청이 개발한 ‘도심 바람길 확보 프로그램’을 지원받아 도심의 아파트 단지와 고층건물을 신축할 때 건물 사이 바람길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도시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이 계획이 집행되면 수년 내에 서울의 공기가 더 맑아질 것이다. 공기가 신선해질 서울의 미래를 생각만 해도 상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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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2010-02-1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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