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대사관 행정원이 취미를 묻기에 사전에서 외국어 단어 찾는 것이라고 답한 적이 있다. 지난 외교관 생활 30여년간 영어 사용국은 물론 독일어, 불어, 스페인어, 중국어 등 여러 언어권에서 근무하였다. 그러다 보니 책장에는 다른 책보다도 각종 외국어별로 사전, 문법책, 숙어집, 회화집 등이 즐비하다. 외교부 생활을 외국어 단어를 찾으면서 시작했는데 지금도 매일 사전을 뒤적이고 있다. 아마도 외교부를 그만두는 날까지 단어를 찾아야 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때 묻은 사전들을 넘겨보면서 단어 하나하나 찾던 그 옛날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7개 국어로 노래를 부르는 것을 취미로 하는 선배가 있다. 이들 언어를 모두 제대로 구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가사에 나온 단어의 의미는 이해하며 노래를 부른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 선배는 7개국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정통하다. 나의 경우도 여러 나라의 문화를 그 나라 언어를 통해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삶을 풍부하게 하는지를 깨달으면서 그 지루하던 단어 찾는 일이 즐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외출시 자연스럽게 단어장을 갖고 다니면서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무조건 적고 찾아 보는 것이 버릇이 되었다.
과거 중남미 역사를 영문 번역서를 통해 읽은 후 스페인어 원본을 통독하고 나니 느낌이 아주 달랐다. 영어 문장을 통해 내용을 이해하는 것과 스페인어 각 단어 단어를 통해 추가로 느껴지는 감에는 확실한 차이가 있다. 현재와 같은 세계화 시대에서 외국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모든 것이 언어를 통해 표현되고 이해되고 공유되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이 세계시장에 진출함에 있어서도 시장 조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문화에 대한 이해라고 생각된다.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사업이 실패하거나 불필요한 수업료를 낸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외국어는 문화에 대한 이해의 첩경이다. 지난 산업화 시대에 우리의 무역 역군들은 잘 준비되지 않은 외국어로 전 세계 시장을 누비고 다녔다. 우리가 당시 외국어를 조금 더 유창하게 구사하며 폭넓게 대화할 수 있었더라면 각종 교섭을 더 스마트하게 하고 상품 값도 조금 더 올려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우리가 외국어에 쏟는 시간, 경비, 정성 그리고 이에 따르는 스트레스는 가히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이러한 외국어 광풍이 여러 가지 부작용을 보이고 있지만 그만큼 외국어 중요성에 대한 국민적 각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 세대만 지나면 외국어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불편함과 왜소함도 많이 해소될 것이다. 요즘 젊은 세대들의 진취적인 기상과 상당히 준비된 외국어 구사 능력을 보면 우리 세대처럼 외국어에 주눅이 들어 살 것 같지는 않다.
앞으로 이들이 활동할 세상에는 중국어가 영어 못지않게 중요하게 될 것이다. 중국에서 근무할 때 어느 러시아 대학생이 한자를 쓰는 것이 아니라 그리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서양 사람들이 중국어를 제대로 배우려면 “영웅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또한 서양 사람들은 초서체로 쓴 한문 문장을 보면서 추상화를 연상한다고 한다. 그만큼 라틴계 언어와 중국어 언어구조가 근본적으로 상이하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내 한국 유학생이 전체 외국 유학생의 4분의1이며 전 세계에서 중국어 어학 검정시험에 응시한 모든 외국인 중 한국인이 절대적인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공자학원을 전 세계에서 한국에 제일 먼저 설립한 것도 우연은 아니다. 그만큼 본격적인 중국의 부상에 대비하여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저만큼 앞서 준비하고 있다고 보여 진다. 앞으로 우리 젊은 세대가 영어와 중국어로 무장하고 당당히 전 세계를 누비고 다니는 모습을 미리 그려본다.
조환복 주멕시코 대사
조환복 주 멕시코 대사
7개 국어로 노래를 부르는 것을 취미로 하는 선배가 있다. 이들 언어를 모두 제대로 구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가사에 나온 단어의 의미는 이해하며 노래를 부른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 선배는 7개국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정통하다. 나의 경우도 여러 나라의 문화를 그 나라 언어를 통해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삶을 풍부하게 하는지를 깨달으면서 그 지루하던 단어 찾는 일이 즐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외출시 자연스럽게 단어장을 갖고 다니면서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무조건 적고 찾아 보는 것이 버릇이 되었다.
과거 중남미 역사를 영문 번역서를 통해 읽은 후 스페인어 원본을 통독하고 나니 느낌이 아주 달랐다. 영어 문장을 통해 내용을 이해하는 것과 스페인어 각 단어 단어를 통해 추가로 느껴지는 감에는 확실한 차이가 있다. 현재와 같은 세계화 시대에서 외국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모든 것이 언어를 통해 표현되고 이해되고 공유되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이 세계시장에 진출함에 있어서도 시장 조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문화에 대한 이해라고 생각된다.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사업이 실패하거나 불필요한 수업료를 낸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외국어는 문화에 대한 이해의 첩경이다. 지난 산업화 시대에 우리의 무역 역군들은 잘 준비되지 않은 외국어로 전 세계 시장을 누비고 다녔다. 우리가 당시 외국어를 조금 더 유창하게 구사하며 폭넓게 대화할 수 있었더라면 각종 교섭을 더 스마트하게 하고 상품 값도 조금 더 올려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우리가 외국어에 쏟는 시간, 경비, 정성 그리고 이에 따르는 스트레스는 가히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이러한 외국어 광풍이 여러 가지 부작용을 보이고 있지만 그만큼 외국어 중요성에 대한 국민적 각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 세대만 지나면 외국어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불편함과 왜소함도 많이 해소될 것이다. 요즘 젊은 세대들의 진취적인 기상과 상당히 준비된 외국어 구사 능력을 보면 우리 세대처럼 외국어에 주눅이 들어 살 것 같지는 않다.
앞으로 이들이 활동할 세상에는 중국어가 영어 못지않게 중요하게 될 것이다. 중국에서 근무할 때 어느 러시아 대학생이 한자를 쓰는 것이 아니라 그리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서양 사람들이 중국어를 제대로 배우려면 “영웅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또한 서양 사람들은 초서체로 쓴 한문 문장을 보면서 추상화를 연상한다고 한다. 그만큼 라틴계 언어와 중국어 언어구조가 근본적으로 상이하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내 한국 유학생이 전체 외국 유학생의 4분의1이며 전 세계에서 중국어 어학 검정시험에 응시한 모든 외국인 중 한국인이 절대적인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공자학원을 전 세계에서 한국에 제일 먼저 설립한 것도 우연은 아니다. 그만큼 본격적인 중국의 부상에 대비하여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저만큼 앞서 준비하고 있다고 보여 진다. 앞으로 우리 젊은 세대가 영어와 중국어로 무장하고 당당히 전 세계를 누비고 다니는 모습을 미리 그려본다.
조환복 주멕시코 대사
2009-07-1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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