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 정확하고 균형잡힌 의제설정을/김재범 한양대 신문방송학 교수

[옴부즈맨 칼럼] 정확하고 균형잡힌 의제설정을/김재범 한양대 신문방송학 교수

입력 2009-06-02 00:00
수정 2009-06-02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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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주 우리나라의 모든 언론은 전직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된 기사로 많은 지면과 시간을 할애했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투신자살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선택한 것인 만큼 언론사들은 경쟁적으로 이 사건의 전말과 사건이 가지는 의미를 집중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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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한양대 신문방송학 교수
김재범 한양대 신문방송학 교수
진보와 보수로 대변되는 극단적인 정치적 대립 상황에서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전직 대통령의 죽음을 두고 벌어지고 있는 각종 사회적·정치적 갈등 속에서 서울신문이 공정함과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와 각종 기사를 선정하고 지면에 배치하는 서울신문의 데스크는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갈등적인 관계에서도 중립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돋보였다. 기자도 인간인 만큼 나름대로의 이데올로기와 정치관에서 자유롭지 않았을 텐데 감성을 억제하고 균형적인 감각에서 보도한 태도는 칭찬받을 만하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앞으로의 보다 나은 보도를 위해 몇 가지 지적을 하려 한다. 5월24일 서울신문 2면에 실린 “‘저기 사람 지나가네’ 시선돌린 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면 노 전 대통령의 투진직전 심정과 상황을 마치 기자가 직접 본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아침 5시10분 유서 작성을 마친 뒤 조금 있다가 사저를 나섰다. 평소와 달리 경호관 1명만 그를 따랐다… 경호관에게 회한에 찬 목소리로 ‘담배 하나 있느냐.’고 물었고, 경호관은 ‘가져올까요?’라고 되물었다….찢어지게 가난한 어린 시절부터 대통령 당선, 환호의 귀향과 검찰 수사에 이르기까지 60여년 그의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쳤으리라. 노 전 대통령은 산 아래 마을사람들을 바라보며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라고 담담하게 말한 뒤 곧바로 바위 아래로 뛰어내렸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은 28일자 5면에 보도된 ‘경호관은 은폐시도…경찰은 부실 수사’라는 제목의 기사에 보도된 바와 같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사실이 왜곡돼 보도된 잘못은 거짓말을 한 경호원과 진실을 밝혀내지 못하고 경호원의 말을 그대로 기자들에게 브리핑한 경찰에게 있다. 그러나 브리핑된 내용을 마치 기자가 직접 본 것처럼 각색해서 기사화한 것은 현 상황에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차라리 경찰의 발표내용을 스트레이트뉴스로 처리하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24일 6면에 보도한 ‘강금원 서럽게 울어…박연차 끼니 걸러’라는 제하의 기사도 독자들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명백하게 범법 행위를 한 사람들의 행동을 지나치게 인간적으로 묘사해 기사화할 필요가 있었는가를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26일 6면에 보도된 ‘박희태 대표 등 한나라 지도부 조문 못하고 돌아가’라는 제목의 기사 내용은 대부분 봉하마을 빈소상황을 묘사한 내용이었고 박 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 조문과 관련된 내용은 반 페이지나 되는 기사에서 마지막 서너 줄에 지나지 않았다. 특히 전날인 25일 3면에 박근혜·김형오 등 한나라당 관계자들이 조문을 못하고 돌아갔다는 제하의 기사가 나갔는데 이를 다시 내용과 상관없이 제목으로 강조한 것은 갈등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언론의 이론 중 ‘의제 설정(agenda setting)’이라는 것이 있다. 언론은 뉴스의 선정과 보도를 통해 독자들에게 사회적 현실을 형상화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주로 언론을 통해 어떤 주어진 이슈를 알게 될 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무엇이 논의될 수 있는지를 설정한다는 이론이다. 언론보도가 독자들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알려주는 이론이기도 하다.

김재범 한양대 신문방송학 교수
2009-06-0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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