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낯두꺼운 경찰의 고위직 늘리기

[사설] 낯두꺼운 경찰의 고위직 늘리기

입력 2007-08-23 00:00
수정 2007-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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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총경급 이상 고위직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부산청장, 경찰청 2차장 등 치안정감 자리를 포함해 45개 자리를 늘린다고 한다. 이택순 청장은 지난해 2월 취임한 이후 이미 총경급 이상 34명을 늘렸었다. 정권말기에 각 부처마다 불어닥친 공무원 증원 경쟁이 새삼 뉴스가 될 수 없게 된 지 오래다. 하지만 경찰이 또다시 고위급을 무더기 증원하겠다는 배짱은 지켜보기조차 민망하다. 해도 너무했다는 비판을 들어 마땅하다.

경찰청은 부산청장 승격의 경우 도시 규모에 걸맞게, 경기2차장은 관할 범위가 넓은 경기경찰청을 둘로 나눠 담당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궁색하기 그지없다. 더구나 이번 안에 따르면 민생치안을 맡는 일선 경찰서는 세 곳만 신설하기로 했다고 한다. 고위직을 늘린다고 민생치안이 확보되고, 경찰과 서민의 거리가 가까워지지 않는다는 건, 삼척동자도 알 일이다. 올 초 검찰이 검사장 자리를 8개나 늘린 데 영향을 받았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거야말로 부처이기주의 표본이라 할 만하다.

경찰은 수사권 독립, 자치경찰제 도입 등 과제를 안고 있다. 궁극적으로 가야 할 방향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아직 거기까지 갈 만큼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한화회장 보복폭행 수사의 축소·은폐의혹으로 큰 물의를 빚은 것이 불과 얼마 전이다. 기자실 통폐합과 기자 출입 통제 등에서는 다른 정부 부처보다 한 발 더 나가려다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국민들의 눈·귀를 가리는 데 앞장서는 모습은 민주경찰과 거리가 멀다. 아직도 한참 멀었다는 국민들의 장탄식을 벌써 잊었단 말인가. 그러면서 고위급 자리만 대폭 늘리겠다는 낯 두꺼운 경찰을 국민은 짜증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치열하게 반성하고 거듭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2007-08-2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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