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기림사/최태환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기림사/최태환 수석논설위원

입력 2007-04-30 00:00
수정 2007-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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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림사를 찾았다. 고찰이다. 신라 신문왕이 동해에서 선왕으로부터 만파식적을 받아오다 머물렀다는 기록이 전한다. 삼국유사다. 김동리 소설 ‘무녀도’에도 나온다. 무당 을화가 어린 아들을 맡긴 곳이 바로 기림사다. 괄시받는 세상인연 끊으라며….

경주 문무왕 수중릉 가는 길목에 있다. 속세와는 연이 멀었다. 버스에서 내려 소로를 30분 넘게 걸어서야 닿았다. 지금은 신작로가 훤하다. 도로뿐일까. 가람배치가 달라졌다. 대적광전 등 단청없이 단아했던 옛 건물들은 뒷전이다. 화려한 새 건축물들이 어지럽다. 언덕배기의 남적암은 왜 그리 낯설까. 단청에 건물을 덧댔다. 달맞이꽃, 두꺼비들이 무심히 반겼던 선방(禪房)인데…. 풀벌레소리 간데없고, 스님 발자국이 어지럽다.20여년만에 이렇게 변할 수 있을까?

언제부턴지 모를 입장료까지 냈다. 관광지에 왔다는 생각이 앞선다. 기림사뿐이랴. 방방곡곡 산사는 크고 작은 불사(佛事)로 성한 날이 없다. 곧 부처님 오신날이다. 비움의 가르침, 이제 어디서 찾아야 할까.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yunjae@seoul.co.kr
2007-04-3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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