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중산층 혁명/육철수 논설위원

[씨줄날줄] 중산층 혁명/육철수 논설위원

육철수 기자
입력 2007-04-11 00:00
수정 2007-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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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세계은행(IBRD)은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글로벌 중산층’(Global Middle Class)이란 새 키워드를 던졌다. 이들은 구매력 평가 기준으로 1인당 연간소득이 4000∼1만 7000달러이며, 가구당(4인 기준) 1만 6000∼6만 8000달러다. 세계시장에 적극 참여해 국경을 넘나들며 상품 생산과 소비를 하고, 자가용 구입과 해외여행을 시작하는 계층이다. 질 높은 교육·의료서비스를 갈망하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글로벌 중산층은 현재 세계인구 65억명의 6%인 4억명쯤 된다.2030년에는 85억명 중 14%인 12억명으로 늘어난단다. 특히 중국·인도·베트남 등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편입인구가 급속히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IBRD가 글로벌 중산층을 주목하는 이유는 이들이 이른바 ‘지구촌 혁명군’으로서 세계를 누비며 경제·문화·교육·의료 등 분야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속도를 더하는 개방과 세계화의 물결은 이런 예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바야흐로 중산층에 의한 혁명이 시작돼 나라마다 생존·지속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한 시대가 오는 것이다.

그러나 중산층 혁명이 밝은 면만 있는 게 아니다. 영국 국방부가 최근 내놓은 향후 30년 글로벌전략 보고서는 중산층을 ‘경제적 계층’이 아닌 ‘사회적 계급’ 차원으로 조명해 관심을 끈다. 지금처럼 최상위 부유층(Super Rich)과 중산층 사이에 부(富)의 격차가 커지면 중산층이 빈곤층을 규합해서 계급혁명의 주도 세력으로 떠오를 것이란 섬뜩한 예측이다.1917년 러시아 프롤레타리아 혁명 같은 게 또 일어나 마르크시즘이 부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전망에는 세계적 부의 양극화와 불평등 심화로 도시 저소득층이 사회질서를 위협하는 현실을 고려했다고 한다. 특히 지식과 정보접근권, 기술을 갖춘 전세계 중산층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똘똘 뭉치면 계급혁명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영국 국방부가 예언이 아닌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지만 흘려들을 말은 아닌 것 같다. 양극화의 완충역할과 사회의 중심을 잡아야 하는 게 중산층이다. 그런데 이들이 혁명 계급화해서 세계안보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돌변한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07-04-1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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