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작년 12월26일 국가기관으로서는 처음으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국회의장과 국방부장관에게 대체복무제도의 도입을 권고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제까지 늘 그러했듯이 인권위의 결정 이후에도 격렬한 논란만이 계속되고 있다. 새해에는 모든 사람이 삶의 의미와 희망을 공유하는 ‘열린세상’의 꿈이 실현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인권위 결정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결정의 핵심은 ‘양심적 병역거부권’은 우리 헌법에 명시된 ‘양심의 자유’에 의해 보장되고, 따라서 입법자와 정책당국자는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무’를 조화시키는 대안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형사처벌과 병역의무 이행간의 양자택일을 강요하지 아니하고, 대안을 제공하는 대체복무제도만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권고가 그 결론이다.
사실 ‘양심의 자유’에 대한 전향적인 헌법해석과 대체복무제의 도입 자체는 해묵은 내용이고, 이미 2004년 8월의 헌법재판소의 결정에서도 충분히 논의된 바 있다. 전자의 부분은 2명의 재판관이 제시한 반대의견에 해당되고, 후자 또한 다수의견이 병역법규정에 대하여 합헌의견을 내면서도 국회에 대하여 적극적인 입법개선을 권고하면서 보완책으로 제시한 내용이다. 관련 법률안도 이미 2004년 11월 국회에 제출되어 계류 중에 있다.
그러나 인권위 결정의 각별한 의미는 그 내용이 아니라 결정의 효력에서 찾아진다. 일반적으로 인권위의 권고결정은 구속력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는 결정의 법적 효력의 관점에서 보면 오해이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은 피권고기관의 장이 “권고사항을 존중하고 이행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비록 위반에 대한 제재수단은 없지만, 이 존중과 이행노력의 의무는 명실상부한 법적 의무이다.
의제된 결론에 끼워맞추는 작위적인 논의나, 진지한 고민과 검토의 과정을 생략하는 성급한 예단이 성실한 의무이행으로 인정될 수 없다. 그것은 우선 차분한 대화가 가능한 열린 공론의 마당을 열고,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제공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국회의장과 국방부장관은 즉시 의무이행의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여 공표하고, 실행에 옮겨야만 한다.
최우선의 작업은 직접 당사자인 우리 젊은이들의 국가안보의식과 윤리관, 병역의무에 대한 인식의 현황 등을 정확하게 조사하고 예측하는 것이다. 이는 입법자의 정책적 재량과 헌법심사에서 결정적인 판단기준이 되는 이른바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험’의 존부를 확인하는 작업의 핵심이다. 대체복무제에 대하여 단순히 찬반의견만을 묻고, 압도적인 다수가 반대한다는 통계수치를 제시하는 식의 설문조사는 더 이상 필요없고, 보다 엄정하고 전문적인 조사방법이 동원되어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국민정서법’의 근거가 아니라 합리적인 판단과 토론을 위한 적확한 실증자료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캠퍼스에서 매일 만나고 있는 우리 청년세대의 생기발랄하지만 결코 경박하지 않은 가치관과 윤리의식을 믿는다. 적어도 자신의 전인격을 걸고 판단하고 행동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들 생각의 다원성과 균형감각, 유연함과 진지함도 확신한다. 이러한 소신이 조사를 통하여 확증된다면 적어도 우리는 추상적이고 막연한 국민정서와 국가안보위험을 이유로 하는 절대 반대론과 시기상조론은 배제하고 구체적인 권고이행의 방안을 모색하는 후속작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조사결과가 그 반대라면 유감스럽지만 대체복무제의 도입을 위한 기본적인 환경조건이 성숙되지 못하였다는 점에 대한 확인으로 입법개선차원의 논의는 일단 종결되고, 그것으로 권고의 존중과 이행노력의 법적 의무는 다한 것이 된다.
이덕연 연세대 헌법학 교수
결정의 핵심은 ‘양심적 병역거부권’은 우리 헌법에 명시된 ‘양심의 자유’에 의해 보장되고, 따라서 입법자와 정책당국자는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무’를 조화시키는 대안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형사처벌과 병역의무 이행간의 양자택일을 강요하지 아니하고, 대안을 제공하는 대체복무제도만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권고가 그 결론이다.
사실 ‘양심의 자유’에 대한 전향적인 헌법해석과 대체복무제의 도입 자체는 해묵은 내용이고, 이미 2004년 8월의 헌법재판소의 결정에서도 충분히 논의된 바 있다. 전자의 부분은 2명의 재판관이 제시한 반대의견에 해당되고, 후자 또한 다수의견이 병역법규정에 대하여 합헌의견을 내면서도 국회에 대하여 적극적인 입법개선을 권고하면서 보완책으로 제시한 내용이다. 관련 법률안도 이미 2004년 11월 국회에 제출되어 계류 중에 있다.
그러나 인권위 결정의 각별한 의미는 그 내용이 아니라 결정의 효력에서 찾아진다. 일반적으로 인권위의 권고결정은 구속력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는 결정의 법적 효력의 관점에서 보면 오해이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은 피권고기관의 장이 “권고사항을 존중하고 이행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비록 위반에 대한 제재수단은 없지만, 이 존중과 이행노력의 의무는 명실상부한 법적 의무이다.
의제된 결론에 끼워맞추는 작위적인 논의나, 진지한 고민과 검토의 과정을 생략하는 성급한 예단이 성실한 의무이행으로 인정될 수 없다. 그것은 우선 차분한 대화가 가능한 열린 공론의 마당을 열고,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제공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국회의장과 국방부장관은 즉시 의무이행의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여 공표하고, 실행에 옮겨야만 한다.
최우선의 작업은 직접 당사자인 우리 젊은이들의 국가안보의식과 윤리관, 병역의무에 대한 인식의 현황 등을 정확하게 조사하고 예측하는 것이다. 이는 입법자의 정책적 재량과 헌법심사에서 결정적인 판단기준이 되는 이른바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험’의 존부를 확인하는 작업의 핵심이다. 대체복무제에 대하여 단순히 찬반의견만을 묻고, 압도적인 다수가 반대한다는 통계수치를 제시하는 식의 설문조사는 더 이상 필요없고, 보다 엄정하고 전문적인 조사방법이 동원되어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국민정서법’의 근거가 아니라 합리적인 판단과 토론을 위한 적확한 실증자료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캠퍼스에서 매일 만나고 있는 우리 청년세대의 생기발랄하지만 결코 경박하지 않은 가치관과 윤리의식을 믿는다. 적어도 자신의 전인격을 걸고 판단하고 행동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들 생각의 다원성과 균형감각, 유연함과 진지함도 확신한다. 이러한 소신이 조사를 통하여 확증된다면 적어도 우리는 추상적이고 막연한 국민정서와 국가안보위험을 이유로 하는 절대 반대론과 시기상조론은 배제하고 구체적인 권고이행의 방안을 모색하는 후속작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조사결과가 그 반대라면 유감스럽지만 대체복무제의 도입을 위한 기본적인 환경조건이 성숙되지 못하였다는 점에 대한 확인으로 입법개선차원의 논의는 일단 종결되고, 그것으로 권고의 존중과 이행노력의 법적 의무는 다한 것이 된다.
이덕연 연세대 헌법학 교수
2006-01-19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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