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순국선열의 날에 생각한다/정하철 서울지방보훈청장

[발언대] 순국선열의 날에 생각한다/정하철 서울지방보훈청장

입력 2005-11-17 00:00
수정 2005-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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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은 광복 60주년이 되는 해다.

일제 침략으로부터 광복을 맞이하기까지 우리 민족은 암울한 질곡의 세월 속에 살아야 했다. 그 가운데서도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국내는 물론 머나먼 타국 땅에서 풍찬노숙(風餐露宿)하며 오로지 빼앗긴 나라를 되찾겠다는 신념 하나로 험난한 가시밭길을 걸으셨던 수많은 선열들의 희생이 밑거름이 되어 광복을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상해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는 일본 제국주의에 강탈당한 국권을 회복하기 위해 항거하다 끝내 꿈에 그리던 조국의 광복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신 순국선열들의 위훈을 기리고 숭고한 애국정신을 후세에 전하기 위해 1939년부터 11월17일을 순국선열의 날로 제정하였다.

그 배경은 1905년 11월17일 을사늑약이 강제 체결되자 수많은 애국선열들이 비분강개하여 순절하거나 의병항쟁으로 국가와 민족을 위해 하나뿐인 목숨을 바쳤던 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국민들 중 상당수가 순국선열의 날이 있음을 알지 못할 뿐더러 순국선열이란 용어조차 낯설고 생소한 느낌을 갖고 있다. 즉 학교 조회시간이나 행사 참가시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은 수없이 하고 있으나 그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해 본 학생이나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과거 우리 조상들은 국가에 큰 공을 세웠거나 덕이 높은 분을 불천위(不遷位)라 하고 그 분들에 대하여는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예우하고 존경하였다. 그 가문에서는 신위(神位)를 사당에 모시고 후손대대로 불천위 제사를 지냈다. 이들 후손은 그 조상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겼으며 주변 사람들로부터 그 시대 최고의 명문가로 인정받았다. 이는 국가를 위하여 자신을 희생한 인물을 영웅으로 대접하고 그런 훌륭한 인물이 탄생된 가문을 영구히 추앙하는 많은 선진국가의 제도와 유사한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국민들은 선진국에 비해 국가를 위한 희생과 공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부족한 듯하여 부끄럽기 짝이 없다. 왜냐하면 국권회복을 위해 위국 헌신한 수많은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들의 독립정신은 물론 조국 광복 이후에도 대한민국을 지키다 소중한 신명을 바친 호국용사들의 피와 땀, 남겨진 유가족의 비통함을 쉽게 잊어버린 채 세대간·지역간·계층간 갈등으로 개인주의와 집단 이기주의가 팽배하고 물질만능과 소비향락 주의가 더욱 심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하여 국가에서는 우리 사회의 그릇된 풍조를 바로잡고 나라와 민족을 위해 희생한 분들을 예우하고 추모하기 위하여 매년 현충일이나 순국선열의 날 등을 정부기념일로 정하고 기념식과 추모제전을 거행하고 있다. 이는 과거 우리 조상들이 나라에 공을 세운 사람에 대해 그 집안 대대로 불천위 제사를 지낸 것과 같이 국가에서 제사를 지내는 날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날만큼은 우리 국민 모두가 경건한 마음으로 일제에 항거하다 돌아가신 순국선열들의 거룩한 애국정신을 기리고 그 분들의 고귀한 뜻을 계승·발전시켜 나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나는 밥을 먹어도 잠을 자도 대한의 독립을 위해서 해 왔다. 이것은 내 목숨이 없어질 때까지 변함이 없을 것이다.”라는 도산 안창호 선생의 말씀은 조국을 위한 모든 순국선열들의 염원을 대변한 것이기도 하다. 순국선열의 날을 맞아 우리 모두는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수많은 순국선열들과 국가유공자들의 숭고한 나라사랑 정신을 다시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정하철 서울지방보훈청장
2005-11-17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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