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대학은 등록금을 받지 않는다. 외국에서 온 학생들에게도 받지 않는다. 필자도 그 수혜자다. 문제는 미국학생들도 수혜자라는 것이다. 독일학생들은 미국대학에 유학하면서 거액의 등록금을 내는데 미국학생들은 독일에 와서 무료 학업을 한다. 이것이 독일에서 이슈가 된 일이 있다. 상호주의에 의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나, 결말은 싱거웠다. 한 언론인이 TV에 출연해서 말하던 것이 기억난다.“히틀러는 쿠데타로 집권하지 않았다. 선거로 집권했다. 나치가 세계에 저지른 죄는 독일의 죄다. 그 이유 때문에 우리는 외국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받을 수 없다.” 좀 황당하게도 느껴지는 이 논리가 바로 독일인들의 심성이다. 필자가 받았던 한 독일 재단의 장학금도 독일 외무부 예산에서 나온다고 했다.
이 독일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기업이 바로 폴크스바겐(Volkswagen)이다. 아우디도 그 자회사다. 마니아들의 꿈인 람보기니도 여기서 만든다. 폴크스바겐은 독일 최대의 자동차 회사인데 독일 내수시장의 30.5%, 세계시장의 11.5%를 점유하고 있고, 작년에 34만명의 종업원이 500만대 이상을 생산했다. 다임러크라이슬러도 있고 BMW도 있지만 폴크스바겐은 이름 그대로 독일의 국민차다. 폴크스바겐은 독일의 아픈 역사와 함께했다.1937년 5월에 설립되어 이듬해 포르셰 교수가 디자인한 딱정벌레차를 출시하고 바로 2차대전을 맞았다. 나치의 지시로 약 2만명이 강제노역에 동원되어 군수물자를 생산했다. 폴크스바겐은 1998년 9월에 회사 내에 기념관을 설치하고 강제노역보상기금을 설치했는데 2001년 말 현재 26개국에서 2000명 이상이 보상을 받았다고 한다. 국영기업 시절에 국가가 한 일을 왜 50년이 지난 후에 사기업이 책임지는가 하는 반론도 있었으나 상술한 독일인들의 정서가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
2차대전 후 회사는 영국점령군이 경영하다가 1949년 10월에 독일 니더작센 주정부에 경영권이 이양됐다.1960년 8월 폴크스바겐은 이른바 ‘폴크스바겐법’에 따라 민영화되었다. 최근 독일이 폴크스바겐의 경영권 보호 때문에 EU와 갈등을 빚고 있다.EU는 독일의 폴크스바겐법이 자본의 EU역내 자유이동을 규정한 EU협약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작년 10월 독일을 EU사법재판소에 제소했다.
폴크스바겐법은 단일 주주 20% 의결권 상한을 규정하고 있다. 니더작센주가 18%를 가지고 있어서 독일 내외의 어떤 자본도 폴크스바겐에 대한 적대적 M&A를 꿈꿀 수 없다. 폴크스바겐이 경영이론에 충실한 전형적인 기업이었다면 과거사에 대한 조치를 취할 수 없었을 것이다. 외국기업이 경영권을 가졌더라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EU의 제소에 대해 니더작센 주지사 출신인 슈뢰더 총리는 유감의 뜻을 표했다. 폴크스바겐의 노조도 EU의 조치가 독일 노동시장에 대한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독일이 대표적인 자국기업의 경영권과 고용안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함을 보여준다.
세계화의 시대지만 기업들은 나름대로의 오래된 추억을 가지고 있다. 기업이란 물리적인 실체가 없기 때문에 그 추억은 사실은 그 기업을 둘러싸고 살아왔던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것이다. 한 경제사가가 말했듯이 “훌륭한 기업은 뛰어난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존재의미는 그런 기억과도 결부되어 있다. 세계화란 지난 일은 다 잊고 정체불명으로 세계시장에 나간다는 뜻은 아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데 우리만 그럴 이유는 더더욱 없을 것이다.
폴크스바겐은 전세계에 414개의 계열사를 가진 글로벌 기업이다. 지구상에 굴러다니는 차 10대 중 1대를 만들어 수많은 사람들을 편리하게 한다. 그러면서도 훌륭한 기억력을 가진 멋진 독일기업일 수 있는 것이다.
김화진 미국변호사·고려대 경영대 겸임교수
이 독일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기업이 바로 폴크스바겐(Volkswagen)이다. 아우디도 그 자회사다. 마니아들의 꿈인 람보기니도 여기서 만든다. 폴크스바겐은 독일 최대의 자동차 회사인데 독일 내수시장의 30.5%, 세계시장의 11.5%를 점유하고 있고, 작년에 34만명의 종업원이 500만대 이상을 생산했다. 다임러크라이슬러도 있고 BMW도 있지만 폴크스바겐은 이름 그대로 독일의 국민차다. 폴크스바겐은 독일의 아픈 역사와 함께했다.1937년 5월에 설립되어 이듬해 포르셰 교수가 디자인한 딱정벌레차를 출시하고 바로 2차대전을 맞았다. 나치의 지시로 약 2만명이 강제노역에 동원되어 군수물자를 생산했다. 폴크스바겐은 1998년 9월에 회사 내에 기념관을 설치하고 강제노역보상기금을 설치했는데 2001년 말 현재 26개국에서 2000명 이상이 보상을 받았다고 한다. 국영기업 시절에 국가가 한 일을 왜 50년이 지난 후에 사기업이 책임지는가 하는 반론도 있었으나 상술한 독일인들의 정서가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
2차대전 후 회사는 영국점령군이 경영하다가 1949년 10월에 독일 니더작센 주정부에 경영권이 이양됐다.1960년 8월 폴크스바겐은 이른바 ‘폴크스바겐법’에 따라 민영화되었다. 최근 독일이 폴크스바겐의 경영권 보호 때문에 EU와 갈등을 빚고 있다.EU는 독일의 폴크스바겐법이 자본의 EU역내 자유이동을 규정한 EU협약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작년 10월 독일을 EU사법재판소에 제소했다.
폴크스바겐법은 단일 주주 20% 의결권 상한을 규정하고 있다. 니더작센주가 18%를 가지고 있어서 독일 내외의 어떤 자본도 폴크스바겐에 대한 적대적 M&A를 꿈꿀 수 없다. 폴크스바겐이 경영이론에 충실한 전형적인 기업이었다면 과거사에 대한 조치를 취할 수 없었을 것이다. 외국기업이 경영권을 가졌더라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EU의 제소에 대해 니더작센 주지사 출신인 슈뢰더 총리는 유감의 뜻을 표했다. 폴크스바겐의 노조도 EU의 조치가 독일 노동시장에 대한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독일이 대표적인 자국기업의 경영권과 고용안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함을 보여준다.
세계화의 시대지만 기업들은 나름대로의 오래된 추억을 가지고 있다. 기업이란 물리적인 실체가 없기 때문에 그 추억은 사실은 그 기업을 둘러싸고 살아왔던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것이다. 한 경제사가가 말했듯이 “훌륭한 기업은 뛰어난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존재의미는 그런 기억과도 결부되어 있다. 세계화란 지난 일은 다 잊고 정체불명으로 세계시장에 나간다는 뜻은 아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데 우리만 그럴 이유는 더더욱 없을 것이다.
폴크스바겐은 전세계에 414개의 계열사를 가진 글로벌 기업이다. 지구상에 굴러다니는 차 10대 중 1대를 만들어 수많은 사람들을 편리하게 한다. 그러면서도 훌륭한 기억력을 가진 멋진 독일기업일 수 있는 것이다.
김화진 미국변호사·고려대 경영대 겸임교수
2005-09-1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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