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독일 월드컵과 한국축구/곽영완 체육부장

[데스크시각] 독일 월드컵과 한국축구/곽영완 체육부장

입력 2005-02-11 00:00
수정 2005-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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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른의 기적’이라는 독일 영화가 있다. 독일이 1954년 스위스 월드컵축구대회에서 우승한 감동적인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다. 영화는 예선전에서 3-8 패배를 안긴 당시 세계 최강 헝가리와 베른에서 치러진 결승에서 다시 만나,3-2의 극적인 승리를 거두고 우승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독일인들은 2차 대전 패전의 상처를 딛고 ‘라인강의 기적’으로 불린 발전 신화를 이루게 한 원동력으로 스위스 월드컵 우승을 꼽는다.

축구에 관한 한 독일의 신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독일은 월드컵 본선 14회 출전이라는 유럽국가 최고의 기록을 갖고 있다. 결승에만 7번(54·66·74·82·86·90·2002년) 올랐고, 그 가운데 3번(54·74·90)은 우승컵까지 안았다. 엄밀히 말해 2002년 월드컵 결승 진출을 제외한 모든 기록은 통일 독일 이전 서독이 이룬 위업이지만, 어쨌든 독일은 축구 강국으로 세계 스포츠사에 한 획을 긋고 있다.

축구는 독일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다. 축구 클럽에 가입한 회원수만 약 480만명. 전체 스포츠클럽 회원수의 약 24%가 축구회원이다. 축구의 나라답게 팀 또한 많다. 세계최고 수준의 선수가 모여 있는 분데스리가(Bundesliga)는 1부와 2부로 나누어져 있다. 분데스리가 1부에는 18개 팀이,2부 리그에는 20개 팀이 있다. 분데스리가 1부에서 뛰는 팀들의 선수들은 대단한 자부심을 지니고 있다. 물론 이 외에도 수많은 프로팀과 아마추어팀이 있다.

월드컵의 역사에서 독일만큼 인상적인 기록을 남기진 못했지만 한국도 축구에 대한 열정에선 독일 못지않다.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에선 아시아 국가 중 역대 최고 성적인 4강 신화를 일궈냈고, 통산 6회,5회 연속 월드컵 진출이라는 아시아 최고 기록도 지니고 있다. 축구가 매개체가 되진 못했지만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점도 독일과 비슷한 데가 있다. 독일이 통일되기 전까진 분단국이라는 공통점도 있었다.

그밖에도 독일과 한국축구는 인연이 많다. 한국이 월드컵에 처녀출전한 대회가 바로 독일이 첫 우승한 1954년 스위스월드컵이었고, 첫 패배를 안긴 팀이 헝가리였다. 한국프로축구(K-리그) 수원 삼성의 차범근감독은 80∼90년대 분데스리가에서 ‘차붐’이라는 이름으로 명성을 날렸고, 양국은 2002년 한·일월드컵 준결승전에서 만나 명승부를 펼치기도 했다. 그에 앞서 94년 미국월드컵 조별 예선 경기도 양국 국민들의 뇌리에 남아 있다. 현 독일대표팀 감독이 그 당시 한국을 상대로 2골을 퍼부으며 독일에 3-2승을 안긴 위르겐 클린스만이라는 점과, 그가 이끄는 독일팀이 지난해 12월19일 한국 초청 경기에서 1-3으로 패해 사상 최초로 아시아국에 진 오명을 뒤집어썼다는 점도 흥미롭다.

오는 2006년 월드컵은 독일에서 열린다.1974년 서독월드컵 이후 두번째, 통일 이후 처음 독일 땅에서 열리는 월드컵이다. 한국도 물론 본선 진출을 다짐하고 있다. 성공하면 6회 연속이고, 이젠 1승에 목말라 하는 아시아 변방의 약체국이 아니라 월드컵 4강의 위업에 재도전하는 당당한 강호로서 대접받을 것이다.

엊그제 상암동 서울월드컵 경기장에서 치러진 한국과 쿠웨이트의 2006독일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첫 경기에서 한국이 2-0으로 이겼다. 이제 시작이지만 그동안 역대 예선에서 한국이 겪은 험난한 과정과 비교하면 순조로운 출발이다.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 건진 승리라 더욱 뜻 깊다.

아무쪼록 한국과 여러가지 면에서 깊은 인연이 있는 독일까지 가는 길이 순탄하길 바란다.

곽영완 체육부장 kwyoung@seoul.co.kr
2005-02-1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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