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영화는 성장엔진이자 보험이다/곽영진 영화평론가

[기고] 영화는 성장엔진이자 보험이다/곽영진 영화평론가

입력 2005-02-03 00:00
수정 2005-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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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25일자 오피니언면에 실린 이영선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의 글 ‘소득 2만달러 시대와 서비스 산업’은 서비스·문화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좋은 말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결론 부문에서 갑자기 스크린쿼터의 유지 반대를 주장해 당황스러웠다.

글의 9할 가량을 세계경제사와 현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서비스산업의 중대성을 설파하더니, 스크린쿼터 감축 주장으로 비약했다. 서비스산업의 자유경쟁과 전면개방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의 일환이었지만, 그런 식으로 간단하게 결론지어서는 곤란하다고 본다.

스크린쿼터제 유지 반대의 근거로 동아시아 한류 열풍과 우리 문화산업 및 영화산업의 높은(?) 국제경쟁력을 단 한 마디로 제시한 것도 사실적이지 않거니와 불성실해 보였다. 글과 논리의 균형상, 이 교수는 전면개방의 단점과 폐해를 함께 지적하고 우리 문화산업의 구조와 발전단계를 예시하며 개방의 불가피성을 주장했어야 옳지 않았을까. 민족적으로나 집단적으로,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사안이 너무 중대하고 이해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구조는 자본·노동 중심에서 지식기반 중심 경제구조로 전환되며, 영화·비디오 및 인터넷동영상 등 영상산업이 지식기반 경제의 선도적 산업분야로 성장하고 있다. 영화와 영화산업은 영상과 영상산업은 물론, 방송·온라인망과 음반·게임 등으로 확장되는 복합영상산업의 핵심이다. 아울러 이 복합영상에 연관되고 매개된, 상대적으로 독립된 영역을 널리 갖춘 거대 문화산업의 성장엔진이기도 하다.

정부도 연평균 20% 내외로 성장하는 문화산업을 국가의 전략산업으로 보고 있다.10년 후에는 GDP의 약 10%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며 국가 기간산업으로까지 그 위상을 내다보고 있다.2차적이거나 파생적이지 않고 오리지널한 영상소스인, 바로 영화가 이러한 문화산업의 성장엔진인 것이다.

한국을 인터넷 초강국이요, 게임 ‘강국’이라 한다. 영화는 어떠한가? 정부가 미래의 세계 5대 문화강국·영화강국의 깃발을 치켜들고 전진하려는 모습은, 허장성세만은 아니지만 허실이 공존한다. 한국영화의 관객점유율이 40,50% 대에 이른다고 기뻐할 일만이 아니다. 극장 수익은 2000년부터 2003년까지 -20,+20,-20,-7%의 저조한 비율을 나타냈다. 전체 수익의 무려 72%가 극장 수익에 집중된 반면, 비디오·방송 등 윈도의 수익 저조로 전체 수익률 또한 전반적으로 미흡하다. 그리고 영화를 핵심·중추로 한 영상산업 및 복합영상산업의 발전 도정에서, 기존 VHS산업은 물론이고 벌써 DVD산업의 위기나 붕괴가 초래되고 있다.

한류도 탄탄한 문화산업의 체질·수준과 전략에 기초한다기보다 배우·탤런트·가수들의 스타성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구조가 취약하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는 스크린쿼터의 축소를 기도해 이제 막 도약하여 세계로 뻗어 나가려는 한국영화산업에 타격을 입히려 하고 있다. 그 타격은 투자 감소, 제작편수 감소, 점유율감소, 배급구조·수익률 악화, 영화문화 다양성 상실 등으로 나타날 것이다.

영화는 오락이기 이전에 문화이며, 한국영화는 현실의 약자이지만 미래의 강자이다. 따라서 문화 논리뿐 아니라 국익 관점의 경제논리 때문에라도 스크린쿼터는 유지되어야 한다. 정부의 기존 감경제도에 의해 40%는커녕, 실질적 의무비율 29%만 지켜지고 있는 현실에선 더욱 그렇다. 할리우드 초(超)제국주의에 대한 변방 영화 소국의 29% 보호장치는 ‘임계선’이다.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매출규모 50 대 1의 ‘권투시합’에서 29% 이상의 ‘보험’장치가 있어야 한국영화는 안전 운행과 함께 세계영화의 일각을 차지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일각은 동아시아 중심의 2%를 넘어 유럽·미국 등을 향한 세계의 3%,5%로 확장될 것이다.

곽영진 영화평론가
2005-02-0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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