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IT주 집중 매수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28일 연속 ‘바이 코리아(Buy Korea)’ 행진을 이어가면서 누적 순매수 금액이 10조원을 돌파했다.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8월 23일부터 이날까지 28거래일간 매수 우위를 보이며 총 10조2천255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월 20일부터 3월 20일까지 34일 연속 순매수 이후 15년 만에 가장 긴 기록이다.
외국인은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10조211억원에 달하는 국내 주식을 순매도했다. 미국 뱅가드펀드가 벤치마크(추종 지수)를 변경하면서 한국 주식을 대거 청산했고, 랠리를 펼친 일본 증시에 관심이 쏟아져 국내 증시가 상대적으로 소외됐다.
그러나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를 계기로 한국 경제의 탄탄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부각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미국 출구전략 우려에 이은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로 불확실성이 커지자 외국인은 아시아 신흥국에서 한국, 대만으로 자금을 계속해서 이동시켰다. 지난 6주 동안 외국인의 아시아 증시 투자자금 절반 이상이 한국으로 유입됐다.
덕분에 외국인의 코스피 누적 순매수도 금액은 연간 1조6천억원 매수 우위로 돌아섰다.
28일 연속 순매수 기간에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대장주 삼성전자로 순매수액이 2조7천676억원에 달한다.
외국인은 SK하이닉스(1조112억원), NAVER(7천499억원) 등 IT주를 집중적으로 매수했고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KODEX200 ETF도 9천61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외국인의 순매수 행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홍순표 BS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글로벌 경기 회복 기조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외국인 순매수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며 “외국인 행보가 코스피 추가 상승에 가장 중요한 요건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대상 대신증권 연구원도 “주식시장 매매는 일종의 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에 누군가 주식을 팔려면 사주는 주체가 필요하다”며 “투신권과 개인 자금이 시장에 들어오기 전까지 외국인이 서둘러 주식을 팔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보면 외국인 순매수가 달갑지만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외국인 투자자금이 차익 실현을 위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 2008년 금융위기 당시처럼 원화 가치가 급락하고 달러 가뭄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외국인 투자금이 계속해서 들어와 달러화를 원화로 환전한 탓에 지난 6월 1,136.59원이었던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이날 1,071.50원으로 5.7% 절상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