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경상장 시점 좋지만 주가방향 변수는 업황
한 달 반 만에 거래가 재개된 대한항공에 대한 증권가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대한항공의 향후 주가 흐름이 업황에 달렸다는 데는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없지만 업황에 대해서는 ‘온도차’가 있다.
16일 증시 전문가들은 일단 대한항공의 변경 상장 시점이 좋은 것으로 판단했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경기민감주와 저비용 항공사를 자회사로 둔 지주회사의 주가가 상승한 점을 감안하면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주가가 단기적으로 적정가치를 상당 부분 넘어설 수 있다”며 “변경상장 시점이 좋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런 효과는 단기적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며 결국 대한항공의 주가방향을 결정할 변수는 업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황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낙관과 보수적 전망으로 엇갈렸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그동안 대한항공의 투자심리를 짓눌렀던 환율과 여객부문 문제가 해결되고 있다며 매수를 추천했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내수 회복으로 꾸준히 내국인 출국 수요가 증가하고 엔화 가치 급락세가 안정되면서 일본인 관광 수요와 운임 안정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류제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환승 수요가 올해 2분기 작년 동기 대비 13.5% 감소했지만 7월 0.7%, 8월 28.0% 증가해 급격하게 회복 중이고 일본 노선의 탑승률도 2분기 평균 60%대 수준에서 8월 70% 후반, 9월 80% 중반까지 개선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분할과 주식 증여로 인해 소멸됐던 주가 모멘텀이 최근 펀더멘털 개선과 함께 본격적으로 살아날 전망”이라고 낙관했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항공업황 개선에 대해 아직은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대한항공의 국제여객 및 화물 수요는 하반기 들어서도 여전히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7∼8월 방학기간임에도 사업량이 역성장을 기록, 3분기 성수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한 “연료비 부담이 높아진 상황에서 수익성을 높여줄 중국과 일본 등 중단거리 수요 역시 약세를 이어가는데 이들 지역의 수요 부진은 정치적 이슈와 원전사고에 의한 것이어서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윤희도 연구원도 “올 상반기에 이어 3분기 실적도 작년 동기 대비 저조할 것이며 4분기는 비수기이므로 3분기보다 이익이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투자증권이 전망하는 대한항공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2천억∼2천500억원 수준이다. 작년 3분기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은 3천130억원이었다.
시장 일각에서 제기된 그룹차원의 대한항공 주가 부양 가능성에 대해서도 윤 연구원은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시장에서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한진그룹이 보유한 대한항공 지분을 한진칼에 넘기고 그 대가로 한진칼의 신주를 받는 지분스왑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지분스왑을 앞두고 그룹 차원에서 대한항공의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고 주가를 인위적으로 올리기 어려운 여건”이라면서 “대한항공의 주가가 크게 오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증권가의 업황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일단 분할 재상장 후 첫 거래일을 맞은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주가는 동반 강세를 보였다.
이날 오전 11시 14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대한항공은 시초가보다 7.46% 상승한 3만6천원에, 한진칼은 시초가 대비 14.62% 급등한 1만2천150원에 거래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