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주가도 금융위기 수준으로 하락
증시 침체로 대형 증권사들의 1분기(3∼6월) 실적이 또다시 추락할 것으로 예상된다.위탁매매 수익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가운데 채권운용 손실, STX그룹 관련 충당금 적립으로 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14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실적 추정치가 3개 이상 존재하는 증권사(3월 결산법인) 6곳 중 키움증권을 제외하면 모두 1분기 예상 순이익(연결 기준)이 전분기보다 크게 감소했다.
삼성증권의 1분기 예상 순이익은 400억1천만원으로 전분기 591억5천만원에 비하면 32.4%나 줄었다.
미래에셋증권의 예상 순이익은 299억3천만원으로 438억2천만원이던 전분기보다 31.7% 줄고 우리투자증권도 225억3천만원으로 전분기(20억9천만원)에 비해 29.8%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주력 회사가 한국투자증권인 한국금융지주의 1분기 순이익은 454억4천만원으로 예상돼 전분기 584억원에 비해 22.2% 감소하고 대우증권은 순익이 작년 4분기 375억6천만원에서 올해 1분기 333억9천만원으로 11.1%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키움증권의 순이익은 181억6천만원으로 전분기 135억6천만원보다 33.9%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증권사들의 역성장은 코스피가 박스권에 머물며 거래대금이 하루 평균 6조원 수준으로 급감한 탓이 가장 크다.
주식시장의 1분기(4∼6월)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6조4천억원으로 전분기보다는 7.8% 증가했지만 2010∼2012 사업연도의 평균치인 7조6천억원과는 큰 차이가 있다.
1분기 초기에는 신정부의 정책 및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로 주식 거래가 증가했지만 5월 중순 이후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에 외국인의 순매도가 이어져 거래대금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 회복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개인의 증시 참여가 부진한 것도 위탁매매 수수료 수입에 타격을 주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5, 6월에 유동성 축소 우려로 채권 금리가 상승해 증권사들의 채권 보유분에서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작년 사업연도 3월 말 현재 대우증권은 국채·지방채, 특수채, 회사채를 합쳐 12조3천억원의 채권을 보유해 채권운용 손실이 약 15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도 3월 말 현재 11조2천억원, 11조1천억원, 10조3천억원, 10조1천억원, 8조5천억원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었다.
STX그룹이 유동성 위기로 채권 기관들이 적립금을 충당하게 된 것도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대우증권과 한국금융지주는 STX 관련 충당금이 각각 160억원, 100억원 발생했다.
증권사들의 실적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주가도 서브프라임 금융위기 당시 수준까지 내려왔고 반등 기대감도 낮은 상황이다.
지난 12일 증권업종 지수는 1,649.99를 기록해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의 최저점인 1,625.39과 비슷한 상황이다.
증권업종의 주가순자산비율(PBR)도 0.70배로 금융위기 때보다 낮다.
주가는 낮지만 실적 부진 지속에 세계 경기 전망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어 증권주 반등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 않다.
한정태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증권업종이 2010년 이후 반등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저점으로 떨어지고 있는데 갈수록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지 않고 있어 증권주에 대한 기대감이 없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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