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블로그]
鄭 “걔네는 우리를 쫓아와야 할 것”
롯데, 대응 자제하면서도 부글부글
프로야구 시즌 마케팅 대결도 관심
SSG·롯데 개막전 관전하는 정용진
프로야구 SSG 랜더스 구단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4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구단 첫 공식 경기이자 롯데와의 개막전 관람 도중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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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부회장은 앞서 지난달 30일 음성 소설네트워크서비스인 ‘클럽하우스’에 등판, “걔네는 울며 겨자 먹기로 우리를 쫓아와야 할 것”이라며 롯데를 도발했다. 이어 “야구를 본업과 연결하지 못하는 롯데를 보면서 야구단을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꼬집은 뒤 롯데 팬을 향해 “우리 팀으로 넘어오라”며 세일까지 나섰다.
정 부회장의 이런 발언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다른 구단과 모기업을 자극하는 발언을 삼가는 관행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롯데그룹과 구단은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했다. 롯데 야구단 관계자는 “할 말 없다”고 일축했다. 롯데 관계자는 “정 부회장 발언이 알려진 뒤 회사 내에서는 분개하는 사람도 있고, ‘애쓴다’며 코웃음 치는 반응도 있다. ‘SSG 야구단 홍보팀이 앞으로 엄청 힘들 것 같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은 이런 이슈에 직접 대응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앞으로도 회사에서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 2일 다시 클럽하우스에 등장, “롯데가 제대로 미끼를 물었다. 내 의도대로 반응했다”며 계획적인 도발임을 밝혔다. 전략적 발언을 통해 SSG 팬심을 마케팅으로 연결하려는 의도란 것이다.
이런 도발에 허문회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3일 “진짜 고수는 말을 아낀다. 고수는 아닌 것 같다”고 응수했다. 시범경기에서 롯데가 SSG 상대 2전 2승을 거둔 사실을 환기하는 발언이었다. SSG는 올시즌 144경기를 갖고, 롯데와는 16번 맞붙는다.
롯데는 태연한 겉모습과는 달리 신세계를 의식하고 있었다. 통합온라인쇼핑몰 ‘롯데온’이 ‘원정 가서 쓰윽 이기고 ON’이란 이벤트 배너 문구를 내걸었다. 또 신세계그룹 계열 대형마트가 4일까지 ‘랜더스 데이’ 할인 행사를 진행하자 롯데 역시 같은 기간 대형마트 할인 행사를 했다. 신세계는 5일부터 11일까지 온라인에서 랜더스 위크 할인행사를 연다. 신세계와 롯데의 야구 시즌 마케팅 대결도 달아오르고 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2021-04-05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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