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에 식당 이용 독려 ‘딜레마’
지난달 16일 서울 광화문 이마빌딩의 한 식당 직원들이 KT 구내식당에 배달할 ‘사랑 나눔 도시락’을 정성스레 준비하고 있다.
KT 제공
KT 제공
광화문 이마빌딩 지하 음식점 사장 전재평(38)씨는 30여년 전 아버지대(代)부터 이어 온 식당을 오는 7월 임대 기간이 끝나면 접을까 고민 중이다. 한 달에 3000만원에 이르던 매출이 1000만원으로 고꾸라져서다. 전 사장은 “인건비라도 줄이려고 직원 3명이 쉬고 가족들이 돌아가며 일하고 있는데 더이상 버틸 재간이 없을 것 같다. 아버지 때부터 30년을 일궈 온 가게가 이렇게 무너지는구나 싶다”며 안타까워했다. 최근 KT에서는 이 식당에도 도시락을 250개를 주문했다. 그는 “정부에서 시행하는 대책이 현실과 동떨어진 데 반해 기업에서 도시락 한 개당 1만원씩 사주는 게 훨씬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벼랑 끝에 내몰린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을 위한 ‘착한 소비’가 확산하는 가운데 이들의 삶터 지키기에 힘을 보태는 기업들의 지원이 주목받고 있다.
KT는 지난달 16일부터 광화문 사옥과 우면동 사옥 인근 식당에서 매출이 코로나 이전보다 50% 이상 줄어든 곳을 중심으로 도시락을 주문하고 있다. 지속가능경영팀 직원 5명이 매주 발품을 팔아 일주일에 1000개(광화문), 500개(우면동)씩 주문을 넣고 있다. 개당 1만원에 구매하지만 구내식당에서 직원들에겐 4500원에 판매한다. 5500원은 사측 비용으로 보전한다. 일명 ‘사랑 나눔 도시락’이다. KT 관계자는 “주변 식당들 호응도 높아 당초 이번 주까지 지원을 마무리하려 했으나 우면동 사옥은 다음주까지 연장하고 광화문 사옥도 연장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 사장이 지난 3일 화훼농가 돕기 릴레이 캠페인에 동참하며 임직원들이 봉사하는 기관들에 보낸 꽃 화분이 탐스러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삼성전자 뉴스룸 페이스북
삼성전자 뉴스룸 페이스북
기업 수장들의 화훼농가 돕기 릴레이 캠페인도 이어지고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에게 추천받은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 사장은 지난 3일 페이스북의 삼성전자 뉴스룸에 임직원들이 자원봉사하는 기관 3곳에 꽃을 보냈다고 인증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최근에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소상공인연합회와 손잡고 전국 4300여개 기업에 ‘착한 소비자 운동에 동참해 달라’는 협조 요청을 보냈다. 하지만 인근 식당 사용 독려, 향후 지출할 금액 선결제 등의 지원에 대한 기업들의 딜레마도 적지 않다. 한 기업 관계자는 “정부에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 조치를 발표하면서 직원들에게 외부 식당을 활발히 이용하라고 강조하기도 난감하고, 선결제는 준법경영 위반 소지로 불거질 수 있어 지원책 마련에 고민이 크다”고 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