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2차 공세’ 발목잡기 판단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재편안에 반기를 들며 발목잡기에 나섰지만 정작 현대차그룹 내부는 조용하다.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를 합쳐 1.4% 정도만을 소유한 외국계 헤지펀드의 주장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 자체가 전략적으로 유리할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증권가 역시 엘리엇이 요구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현대차가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엘리엇이 지닌 현대차그룹 지분이 영향력을 행사할 최소 수준(5%)이 아닌 데다 정부도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사실상 합격점을 줬기 때문이다. 엘리엇이 실제 원하는 건 주가 상승 등을 통한 단기수익일 뿐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엘리엇이 소액주주의 불만을 자극하며 다음달 29일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서 세 결집에 나선 만큼 현대차그룹도 맘을 놓고 있을 상황은 아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체 판을 흔들 수준은 아니라지만 외국인이나 소액 주주들의 결집을 막고 불필요한 잡음을 없애기 위해 현대차도 뭔가 당근을 던질 것”이라면서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력한 카드는 배당을 높이는 것이다. 엘리엇의 주장처럼 배당 성향이 당기순이익의 40~50%를 넘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많지 않다. 하지만 다임러AG(33.03%), 포드(31.58%), BMW(30.36%) 등의 평균 배당률은 30% 수준이다. 지난해 26.8%를 배당한 현대차 입장에서는 압박을 느낄 수 있다.
자사주 소각 역시 가능한 시나리오다. 주주 입장에서는 주가 상승으로 이어져 현금을 배당한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고 현대차그룹 총수가(家)도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배당률이 낮은 현대모비스의 배당률이 늘어날 수 있다. 앞서 엘리엇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변화에 반대했지만 삼성전자가 배당을 확대하고 자사주를 소각하겠다고 밝히자 ‘값진 성과’라며 만족스러워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모비스 주주를 설득해야 하는 상황에서 현대차와 비슷하게 잉여현금흐름 기준 30~50% 수준으로 배당이 확대될 수 있다”면서 “지배구조 개편 후 그룹의 지배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자사주 소각 역시 가능 한 카드”라고 밝혔다.
한편 엘리엇의 2차 공세에 이날 현대차 그룹주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개장 직후 전날 대비 2.5% 급등했던 현대모비스는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0.6%(1500원) 오른 24만 5000원에 마감했다. 장 초반 3%나 올랐던 현대자동차도 결국 1.9%(3000원) 오른 16만 2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현대글로비스(17만 5500원) 역시 초반 4.2% 급락했다가 회복해 0.85%(1500원) 하락하는 데 그쳤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2018-04-25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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