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우회’나선 다주택자들
“증여세 오르기 전에 아들·딸 물려줄 것”5060 ‘강남 주택 대물림’ 움직임 가속
“종부세·재산세 부담 반전세 돌려 충당”
집주인, 세입자들에게 세금 전가 우려
일부는 임대사업자 등록에 몰리기도
한 달 새 2억 뛴 전셋값
13일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인근 부동산에서 한 남성이 외벽에 붙어 있는 전세 시세판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 아파트는 정부가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면서 지난 6·17 대책에서 실거주 요건을 강화했음에도 한 달 새 전세 거래가 늘면서 가격도 1억∼2억원가량 껑충 뛰었다. 갭투자가 막히자 수요자들이 전세 시장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이번 7·10 대책에서는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을 높이기로 함에 따라 세입자에게 세금 전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전세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서울 강남의 대표적 재건축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집주인 B씨도 “정부가 부동산을 증여받는 경우 취득세율을 현행 3.5%에서 최대 12%까지 올려 ‘꼼수 증여’를 막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데 자식 주지 않고 집을 팔아도 증여세 대신 양도세 내는 건 똑같이 무겁고, 팔면 부동산 중개료도 내야 한다. 2017년 8·2 대책 때 증여 대신 양도했던 사람들 지금 땅을 친다. 당장 세금 문제가 아니라 집값에 대한 미래가치 상승분이 수십억원까지 벌어졌던 학습효과가 있어서다. 죽어라 버텨 애들한테 남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7·10부동산대책’을 발표했지만 ‘규제 우회’는 시장에서 이미 시작됐다. 세무소나 부동산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전세를 끼고 집을 증여하는 ‘부담부 증여’나 현재 증여세를 묻는 질문이 쏟아지고, 중개업소에는 전세를 반전세나 월세로 돌리겠다는 집주인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다주택자 세부담 강화’로 시장에 매물이 풀릴 것이라던 정부 의도와는 다르게 시장은 ‘강남 주택 세습화’로 오히려 매물 잠김 현상이 견고해지는 양상이다.
두번 째 ‘규제 우회’ 움직임은 ‘반전세로 세금 돌려막기’다. “내 돈으로 세금 못 낸다”며 일부 집주인들이 월세를 받아 세금을 충당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자녀 교육 때문에 양천구 목동 7단지 121㎡(36평) 전세로 2년 전 이사 온 주부 B씨는 넉 달 후 재계약을 앞두고 지난주 집주인에게 전화를 받았다. 집주인은 “반전세로 돌릴 테니 30만원씩 월세를 더 주거나 집을 비워달라”고 통보했다. 마포구 공인중개사 C씨는 “최근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등 부담 때문에 전세로 보유하고 있으면 세금 낼 돈이 부족하다며 전세에서 반전세나 월세로 돌리겠다는 집주인 문의 쏟아진다”며 “결국 규제폭탄에 파편을 맞는 건 집 없는 세입자”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등록임대 사업자의 단기임대(4년) 및 장기일반 매입임대(8년)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밝혔지만 대책이 발표된 지난 10일 서둘러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려는 준비된 다주택자들이 지자체 등록 창구에 몰리기도 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주택 보유자의 세부담 상승이 임대료 조정으로 이어지며 세입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가을 이사철이 눈앞으로 다가와 서민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2020-07-1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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