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넷플릭스 무임승차 막으려는데 왜 네이버·카카오가 더욱 불안해하나

구글·넷플릭스 무임승차 막으려는데 왜 네이버·카카오가 더욱 불안해하나

한재희 기자
입력 2020-05-06 22:42
수정 2020-05-07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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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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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IT공룡 “망 사용료 못 낸다” 버텨
‘거대 트래픽 발생업체엔 품질 유지 의무’
글로벌 콘텐츠업체 규제안 국회소위 통과

국내 기업들 “우리도 적용될 수 있어 부당
외국 업체에 강제 조치할 수 있을지 의문
구체 의무 명시 안 해 우리에 족쇄가 될 것”

구글이나 넷플릭스 등 망(網) 사용료를 못 내겠다고 버티는 ‘글로벌 공룡’을 잡겠다는 국회의 움직임에 네이버나 카카오를 비롯한 국내 사업자들이 오히려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통행료를 내지 않는 ‘무임승차’를 견제하겠다는 개정안의 취지는 좋지만 본사가 해외에 있는 글로벌 기업들은 교묘하게 법망에서 빠져나가고 결국 국내 기업들만 새로운 규제에 묶이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다.

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와 국내 업체 사이의 역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주요 개정안을 심의해 통과시켰다. 그중에서 국내 정보기술(IT) 업체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김경진 무소속 의원과 유민봉 미래통합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다. 해당 개정안에서는 막대한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대형 콘텐츠 사업자들에게 통신 서비스 안정성을 위한 의무를 부여했다. 일정량 이상의 트래픽을 사용하면 기술적 조치를 취해 통신 품질을 유지하는 데 역할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문제는 해당 개정안이 네이버나 카카오 등 국내 기업들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콘텐츠 업체들 입장에서는 통신 서비스 안정성의 관리 주체는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인데 이러한 의무를 자신들에게까지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박한다. 네이버가 회장사로 있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의 김재환 정책실장은 “개정안으로 서버가 국내에 없는 해외 사업자에 대해 강제 조치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결국 국내 기업들에 대한 족쇄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현재도 망 사용료를 협상할 때 콘텐츠 사업자들이 우위에 있지 않은데 통신 품질 유지 의무가 법으로 강제되면 앞으로 협상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며 “또한 통신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구체적 의무가 개정안에 명시돼 있지 않다. 향후 시행령에 어떤 규제 내용이 담기게 될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과방위는 7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날 심의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20-05-07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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