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키워 함께 성장” 공동대항마 전략 묵시적 반영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 등 국내 스마트폰 업체들이 이달 말 나란히 ‘쿼드코어’ 기반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선보이며 시장 확대에 나선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공개될 애플 ‘아이폰5’에 함께 맞서려는 ‘공동 대항마’ 전략이다.쿼드코어 스마트폰은 스마트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4개 장착해 기존 듀얼코어 스마트폰보다 처리 속도를 크게 높인 제품이다. 롱텀에볼루션(LTE)망 기반으로 사용하면 무선랜을 탑재한 노트북 수준의 속도를 얻을 수 있다.
애초 삼성전자는 다음 달 중순 이후 갤럭시노트2를 국내에 선보일 계획이었지만, 그 시기를 2주 이상 앞당겼다. 5월 말 내놓은 ‘갤럭시S3’(출고가 99만원)가 보조금 과열 경쟁으로 10만원대까지 떨어지면서, ‘아이폰5 출시에 맞춰 회사의 전략 제품을 교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팬택도 이달 하순 펜 기반의 5.3인치 쿼드코어 스마트폰(모델명 IM-A850)을 공개한다. LG유플러스와 KT 두 가지 모델로 먼저 출시될 예정이다. 팬택은 이달 초에 제품을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시기를 2주가량 늦췄다. 자칫 기존 일정을 강행하다 아이폰5 공개 시기와 겹칠 수 있다는 우려가 고려됐다.
LG전자도 20일을 전후해 자사 첫 쿼드코어 스마트폰 ‘옵티머스G’를 공개한다. LG전자는 삼성과 팬택보다 앞서 제품을 선보여 쿼드코어폰 이슈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세계 최초로 커버유리 완전 일체형 터치(G2 Touch) 방식이 적용되고, 독자 개발한 1300만 화소 카메라가 탑재되는 등 경쟁업체들보다 한발 앞선 기술과 사용자경험(UX)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세 회사는 지난 5월에도 하루 간격으로 상반기 전략제품을 함께 선보인 바 있다. 삼성전자가 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갤럭시S3’ 언팩 행사를 가지면서 이를 전후해 팬택과 LG전자가 동시에 각각 신제품 ‘베가레이서2’(3일)와 ‘옵티머스LTE2’(4일)를 공개했다.
서로 경쟁관계에 있는 업체들이지만 함께 모여 힘을 모으면 시장을 키울 수 있다는 전략인 셈이다. 이번 하반기 제품 공개 시기가 비슷한 것도 이들이 ‘아이폰5에 함께 대항하자.’는 묵시적인 이해가 반영돼 있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들의 행보는 다분히 애플 아이폰을 의식한 포석”이라면서 “아이폰5도 쿼드코어 기반으로 나올 예정이어서 10월부터는 쿼드코어폰이 대세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2012-09-11 2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