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도 한국” 합종연횡 움직임
일본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완연한 ‘한국타도’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일본의 중소형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하나로 통합해 규모를 키운 데 이어, 소니와 파나소닉도 한국이 주도하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제휴에 나서며 힘을 모으고 있다.26일 업계에 따르면 소니와 파나소닉은 지난 25일 차세대 TV인 OLED TV용 패널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OLED TV는 기존 액정표시장치(LCD) TV보다 해상도가 높고 전력소비량이 적어 차세대 TV로 주목받고 있다.
일단 두 회사가 함께 내년 말까지 제조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것이지만, 향후 패널 공동 생산 또한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국내의 삼성전자와 LG전자처럼 일본 가전업계의 라이벌인 소니와 파나소닉이 주력 사업에서 협력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과 LG가 올해 안에 대형 유기 발광다이오드 TV를 시판하겠다고 밝히자 ‘더 늦으면 차세대 TV마저 주도권을 빼앗긴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타도’를 위한 일본 업체들의 합종연횡은 비단 OLED TV에서뿐만이 아니다. 장기간 계속되는 불황으로 체력이 바닥난 일본 IT 업체들은 합병이나 제휴를 통해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일본 반도체의 자존심’이었던 엘피다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마이크론(미국)에 매각됐고,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도하던 샤프도 대주주 자리를 타이완 기업 혼하이정밀에 넘겼다. 도시바와 소니, 히타치의 중소형 디스플레이사업을 하나로 합친 재팬디스플레이도 출범했다.
업계 관계자는 “역사적으로 IT 기업들이 합병이나 제휴를 통해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다.”면서 “일본 업체들이 생존을 위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손을 잡은 만큼 향후 성공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2012-06-27 2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