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소득보다 소비 늘어
생애주기적자 4년 새 20.5% 증가
감염병 확산세가 한풀 꺾이면서 꽉 닫혔던 지갑은 열렸지만, 노동소득은 그만큼 늘어나지 않은 탓이다. 또 27세부터 노동소득이 소비를 웃돌아 흑자를 기록하다가 43세에 정점을 찍고 61세부터 적자로 돌아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28일 이런 내용의 ‘2021년 국민이전계정’을 발표했다. 국민이전계정은 경제자원 배분 흐름을 살펴보기 위한 지표로, 연령 변화에 따른 소비와 노동소득의 관계를 분석한다.
2021년 국민의 연 소비액은 1148조 8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6.2%, 노동소득은 1040조원으로 5.7% 늘었다. 소득과 소비의 차액을 뜻하는 ‘생애주기적자’는 108조 8000억원으로 2020년 97조 4700억원에서 1년 새 11.6% 확대됐다. 2020년 코로나19로 움츠러들었던 소비가 회복력을 보이면서 적자폭이 커진 것이다.
생애주기적자는 2016년 110조 3000억원 이후 2019년 132조 8950억원까지 4년 새 20.5% 증가했다. 저금리 기조 속에 부동산시장이 과열되던 시기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당시 유동성 확대로 소비가 급증했고, 치솟은 부동산 가격이 소비 허들을 낮춘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국민 소비 증가는 고령화와도 맞물려 있었다. 65세 이상의 소비액은 180조 490억원으로 13.1% 급증, 평균 증가율(6.2%)의 2배를 웃돌아 전체 소비 증가를 견인했다. 65세 이상의 소비는 공공보건소비(+13.7%), 공공교육소비(+24.7%), 민간교육소비(+126.7%) 등에서 늘었다. 이들의 총소득도 43조 3000억원으로 19.2% 늘었다. 일하는 고령층이 늘어나서다.
우리 국민은 ‘적자(0~26세)→흑자(27~60세)→적자(61세~85세 이상)’ 인생을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소득(3906만원)을 올리면서 최대 흑자(1792만원)를 기록한 나이는 43세였다. 적자 재진입 나이는 2010년 56세, 2014년 58세, 2019년 60세, 2021년 61세로 갈수록 늦춰졌다.
소비가 가장 많은 나이는 17세로 총소비액은 3575만원이었다. 1인당 생애주기적자가 정점을 찍은 나이도 17세(-3527만원)였다. 공공교육소비로 1151만원을 지출한 영향이 컸다.
2023-11-29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