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 전문가 “공식 요청 있기 전까지 전략적 무대응 기조로 가야”
“미중, 韓 전략적 파트너 끌어들이려 해”“한국산 대체해도 대체품 알 수 없어”
미국 반도체 대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로고가 표시된 스마트폰이 컴퓨터 본체 기판에 배치되어 있다. 2023.3.6 로이터 연합뉴스 사진 자료
미국의 반도체지원법 가드레일 초안이 지난 21일 공개되자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은 최악은 피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술 혁신을 통한 중국 공장 생산능력 향상은 가능해졌지만 중국 리스크가 근본적으로 해소된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해 산업연구원은 마이크론의 공백을 한국산으로 대체해도 미국이 확인하기 어렵고, 실제로 대체한들 죽 쑤고 있는 한국 반도체 기업 매출에 반향이 있을 만큼 영향을 줄 정도도 아니어서 양국의 공식 요청이 있을 때까지 ‘전략적 무대응’ 기조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체가 불분명한 외부 논란에 휘말릴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 전문연구원은 30일 산업통상자원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중의 공식 요청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어디에 줄을 서야 한다’, ‘낀 상태’라고 말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면서 “양국의 공식 입장이 있을 때까지 전략적 무대응이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산업연구원은 국내외 산업과 무역통상 분야를 연구하는 국내 유일 국책연구기관으로 정부의 정책 판단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그는 “미국의 마이크론을 대체할 곳은 우리 밖에 없다”면서 “공식 요청이 오면 왜 그런 요청을 하는지, 대체를 안함에 따른 불이익을 미국이 보상해줄 수 있는지를 확인할만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한국 기업이 마이크론의 중국 공백을 대체한다 해도 이를 확인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유통 구조상 ‘마이크론을 못 사니 삼성 제품을 달라’고 주문할 (중국) 기업은 없을 것이고, 중국 정부도 (마이크론을) 대체해 납품하라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 “설사 마이크론을 대체해 우리 제품이 들어가도 대체품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도 “대체품 여부를 미국이 확인할 수도 없고 기업에 주문수량 등 영업기밀을 미국이 요구할 수도 없다”고 했다.
미국의 포위망에 휩싸인 중국 반도체 시장을 상징하는 그래픽. 연합뉴스
D램 반도체
D램 반도체. 서울신문DB
미국 상무부 반도체지원법의 보조금 계획
김 연구원은 “(미중) 양국에 우리는 전략적으로 필요한 파트너여서 자기들 편에 끌어들이려는 게 맞다”면서 “어느 한 편을 들 필요는 없고, 그런 스탠스를 유지하는 게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근 미 하원의 마이크 갤러거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은 “동맹국인 한국도 (마이크론의) 빈자리 채우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공개 촉구했지만 미국 정부가 대외적으로 공식 입장을 밝힌 적은 없다. 마찬가지로 중국도 최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회담 뒤 ‘한중 반도체 협력 강화’를 강조했지만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한국 기업이 채워달라는 식의 직접적인 요구는 하지 않았다.
다만 미국이 마이크론 제재를 중국의 ‘강압’으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정부는 일단 ‘마이크론의 어려움을 이용해 이익을 취하도록 권하지는 않는다’는 일반적 수준의 입장을 정리해 대응하고 있는 상태다. 블룸버그통신은 27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한국 정부는 자국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에 마이크론이 중국에서 잃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도록 장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백악관에서 반도체 지원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 워싱턴 로이터 연합뉴스
안덕근 본부장, 중국 상무부 부장 면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디트로이트 WBC호텔에서 왕 원타오(Wang Wentao) 중국 상무부 부장과 면담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2023.5.29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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