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뉴딜정책 비판해서? 갑자기 사라진 증권사 리포트

[단독]뉴딜정책 비판해서? 갑자기 사라진 증권사 리포트

입력 2020-09-14 22:20
수정 2020-10-07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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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딜 금융에 주주 피로감 커” 부정 평가
공개 보고서 철회 이례적… 궁금증 증폭
익명 게시글,“글쓴 애널리스트에 외압”
증권사 “의도와 달리 해석돼 자진 회수”

‘한국판 뉴딜 금융지원 방안’ 브리핑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판 뉴딜 금융지원 방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2020.9.3 연합뉴스
‘한국판 뉴딜 금융지원 방안’ 브리핑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판 뉴딜 금융지원 방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2020.9.3
연합뉴스
‘정부의 뉴딜금융 정책이 은행 주주들에게 피로감을 줄 수 있다’는 코멘트를 단 증권사 리포트가 갑자기 사라졌다. 온라인 익명 게시판에는 ‘외압 탓에 해당 보고서를 쓴 애널리스트가 곤란을 겪었다’는 주장도 올라왔다. 반면 증권사 측은 “보고서가 원래 쓴 의도와 다르게 해석돼 애널리스트가 자진 회수한 것”이라고 밝혀 그 배경을 두고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A증권사는 지난 4일 ‘뉴딜금융, 반복되는 정책 지원으로 주주 피로감은 확대 중’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냈다. B애널리스트는 전날 정부가 발표한 국민참여형 뉴딜펀드 조성과 뉴딜금융 지원 방안에 대해 언급하며 “위기 상황 때마다 각종 정책들에 대한 지원·참여는 금융회사로서 피하기 어려운 숙명이지만 증권, 채권시장안정펀드 조성, 중소기업·소상공인 유동성 지원 등에 이어 뉴딜펀드까지 매번 은행들이 활용되면서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은행 주주들의 피로감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리포트는 “금융회사들의 70조원 뉴딜 투자는 예상해 왔던 수준보다 대출 규모가 더 커지고 투자·대출 부문이 디지털·그린·혁신성장 분야 등으로 더 가속화되는 영향은 있겠지만 기존의 은행 영업행태인 대출 비즈니스와 큰 차이가 없고, 기존 대출처럼 리스크 관리를 위한 심사 과정 또한 확실해 크게 걱정할 사안은 아닌 듯하다”고 적었다. 이어 “정책형 뉴딜펀드와 민간 뉴딜펀드는 참여 여부와 규모 등에 따라 불확실성이 다소 커질 수도 있을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A증권사가 지난 4일 낸 ‘뉴딜금융, 반복되는 정책 지원으로 주주 피로감은 확대 중’ 리포트 중 일부. 붉은 박스 표시된 부분에는 정부가 추진하는 뉴딜펀드가 은행 주주들의 피로감을 키울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A 증권사 리포트 내용 캡처
A증권사가 지난 4일 낸 ‘뉴딜금융, 반복되는 정책 지원으로 주주 피로감은 확대 중’ 리포트 중 일부. 붉은 박스 표시된 부분에는 정부가 추진하는 뉴딜펀드가 은행 주주들의 피로감을 키울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A 증권사 리포트 내용 캡처
증권사 리서치센터 웹페이지에 게재됐던 이 리포트는 최근 공식적으로 회수됐다. 다만 저자 이름 등으로 검색하면 해당 리포트를 여전히 찾아볼 수 있다.

또 직장인 익명게시판 앱인 ‘블라인드’에는 지난 12일 이 증권사와 같은 그룹으로 소속이 표기된 네티즌이 ‘갑질을 신고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앱은 익명으로 글을 올릴 수 있지만 회사 이메일 인증 등을 통해 소속이 확인돼야 글을 쓸 수 있다. 이 네티즌은 리포트 내용을 요약한 뒤 ‘조직 안팎의 압력 탓에 리서치센터와 애널리스트가 곤욕을 치렀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에 대해 해당 증권사 측은 “외압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보고서는 작성한 연구원이 직접 내렸다”면서 “쓴 의도와 달리 기사가 나오고 이슈화되니까 부담스러워서 자진 회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공개된 리포트가 내려지는 건 흔한 일이 아니라는 말이 나온다. A증권사 측도 “올해 회수된 보고서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다만 게재된 리포트를 철회하는 게 전례 없는 일은 아니라는 얘기도 있다.

윤연정 기자 yj2gaze@seoul.co.kr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2020-09-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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