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동산 정책 문제점 네가지
정부의 ‘6·17’ 대책 발표 후 시장은 여전히 혼란 상태다. 서울 강남·북을 가리지 않고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고, 전셋값 질주는 끝도 없다. 잠실권이지만 행정동상 신천동이라 이번 규제에서 비켜 간 신천동 파크리오 전용 144.77㎡는 6월 15일 19억원(5층), 26일 22억 4000만원(30층), 26일 22억 8000만원(23층) 등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강남 대표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선 ‘실거주 2년 의무’ 조건을 지키려고 집주인이 세입자를 내보내는 등 물건이 줄어들며 5000만원 안팎 전세가가 올랐다.이에 대통령까지 나서 그간의 기조를 바꾼 채 ‘3기 신도시 사전청약 확대 등 공급 확대’를 주문했지만 시장에선 “이번에도 방향이 틀렸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람들이 원하는 건 직장이 가까운 서울 도심의 새집’인데 정작 수요가 있는 곳에는 정부가 공급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과 전문가들을 통해 정부 정책 문제를 5일 짚어 봤다.
①3기 신도시 효과-결정적으로 직장과 주거지가 가까운 ‘직주근접’을 원하는 젊은층 수요를 반영하지 못해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 신도시 카드는 교통망 확충이 기본인데 아직 기존 2기 신도시에 대한 교통 개선 대책도 마무리 짓지 못했다. 또 3기 신도시가 본격 공급되려면 4년 안팎이 걸리는데 사전 청약을 하더라도 그때까지 전세를 살아야 하는 서민에 대한 대안은 빠져 있다. “빚내서 집 사라”고 했다가 “한 채만 남기고 팔라”고 하는 등 정책이 계속 바뀌니 기본적으로 시장에선 주택 공급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 “일단 사고 보자”는 심리가 강하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서울 주택 공급을 위해 재건축, 재개발을 풀되 용적률을 높여 롯데월드타워처럼 여러 사람이 살 수 있게 공간활용도가 높은 고층 건물을 짓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지영 부동산R&C 연구소장은 “MB 정부 시절 그린벨트를 풀어 강남구 세곡동에 주택을 공급했을 때 강남권 집값이 억제되는 효과가 있었던 것처럼 결국 서울 내에서 공급을 늘리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필요한 곳에 공급하는 것 외에는 장사가 없다는 얘기다.
②청년·신혼 세제 지원-2030이 집을 못 사는 것은 정부가 취득세를 안 깎아 줘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대출문이 좁아진 탓이 크다. 대책 후 가장 많이 나온 불만 중 하나가 본인이 사려던 집이 규제지역으로 묶이는 바람에 잔금 대출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비규제지역에선 70%이지만 조정대상지역에선 50%, 투기과열지구에선 40%로 낮아져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투기 수요가 아닌 무주택·1주택자에 대해서는 세제뿐 아니라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등 실수요자를 배려해 달라는 의견이 상당수다. 정부가 생애최초와 신혼부부 특별공급 비율을 늘리려고 검토 중이지만 시장은 의문을 표시한다. 서 교수는 “젊은층 공급을 늘려도 물려받은 부모자산이 없는 흙수저는 1억, 2억원씩 분양대금을 들고 있기 어렵고 특공 물량이 시장을 만족시킬 만큼 많지도 않다”면서 “국민주택 말고 공공과 민간임대를 늘려 신혼과 무주택, 주거취약계층에 기회를 줘야 하는데 분양가상한제 등 정부 규제 탓에 공급이 지연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③다주택자 부담 강화-정부가 다주택자의 보유세를 늘리려면 동시에 양도소득세 같은 거래세를 완화해 줘야 한다는 의견도 높았다. 갖고 있지 못하게 해 놓고 팔기도 어렵게 만들면 안 된다는 의미다. 더욱이 임대사업자의 경우 현행법상 4년·8년의 의무 임대기간을 지켜야 하는데 이를 일시적으로 완화해 물량을 시중에 많이 내놓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④부동산 대체 투자처 열어야-결국 저금리 속 유동자금이 갈 수 있는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장기간 이어질 저금리와 하반기 3차 추경, 3기 신도시 토지 보상자금 유입 등 풍부한 유동성은 계속해서 시장의 잠재 불안 요인이 될 것”이라며 “최근 주식시장에 투자자금이 이동했던 것과 같이 유동자금을 분산할 수 있는 공모리츠 등 대체 투자처 발굴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서울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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