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파장…다주택자 ‘똘똘한 한 채’ 갈아타기 시작되나

종부세 파장…다주택자 ‘똘똘한 한 채’ 갈아타기 시작되나

신성은 기자
입력 2019-12-01 11:45
수정 2019-12-01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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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적 2주택자 보유 대신 매도 전환, 양도차익 적은 주택부터 매각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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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목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 모(57) 씨는 지난달 말 2년 11개월 전에 매입한 잠실의 아파트를 매도했다.

최근 집값이 계속 오르면서 당초 목동과 잠실 아파트 2채를 모두 보유할 생각이었으나 일시적 2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한(3년)을 한 달 앞두고 결국 매도로 돌아선 것이다.

박씨가 집을 팔기로 한 이유에는 집값이 오를 만큼 오르기도 한데다 내년부터 당장 임금피크제에 들어가면서 소득이 감소한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작용했다.

박씨는 “올해 종합부동산세 1천만원을 포함해 재산세까지 총 1천600만원이 넘는 보유세가 나왔는데 은퇴를 앞둔 상황에서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라며 “내년 이후에도 공시가격 현실화로 계속해서 보유세 부담이 커진다는데 보유 주택 수를 줄이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씨는 현재 10년간 거주한 목동 아파트도 팔고 송파의 중대형 아파트 1채나 임대수입이 있는 다가구주택으로 갈아타는 방법을 저울질하고 있다.

최근 종합부동산세 부과로 다주택자들의 세 부담이 현실화한 가운데 일부 집주인들 사이에 주택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2주택 이상 보유자는 종부세율이 더 높고 세 부담 상한도 큰 만큼 양도세 부담이 없거나 적은 주택을 팔아 주택 수를 줄이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욕구는 더욱 강해지고, 일부 지방 등 규제가 없는 곳으로 여유자금이 몰리는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 주택 수 리모델링 본격화…‘똘똘한 한 채’ 몸값 뛰나

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달 16일까지 종부세 납부가 진행되는 가운데 일시적 2주택자들의 주택 매도 전환이 늘어날 조짐이다.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안명숙 부장은 “1∼2년여 전에 서울에 집을 사 상당한 시세차익이 생긴 일시적 2주택자들이 집을 파는 게 어떠냐며 상담해오는 경우가 늘었다”며 “매수 3년 뒤에는 양도세 부담이 상당히 커지기 때문에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을 때 파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김종필 세무사도 “종부세 발표 이후 일시적 2주택자의 주택 매도 상담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도세 감면 혜택이 있는 일시적 2주택자와 달리 일반 조정대상지역내 다주택자들은 양도세 중과 조치로 집을 팔기 어렵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유세 부담으로 집을 팔고 싶어도 양도세가 아까워 못 판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 주택부터 매물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상대적으로 양도차익이 적은 곳의 주택을 우선 매각해 양도세 차익이 큰 지역에 비해 양도세 부담을 줄이면서 종부세 중과도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종부세 고지서가 날아온 뒤 일부 집주인들은 강북의 아파트를 정리하고 은마아파트 한 채만 보유하겠다고 한다”며 “집을 판다면 양도세 적은 주택부터 팔겠다는 것”이라는 말로 정리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더욱 강해지면서 강남이나 마포·용산·성동구(일명 ‘마용성) 등 인기지역의 주택 수요는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안명숙 부장은 “보유세를 감당할 능력이 되는 경우라면 외곽의 보유 주택들을 정리하고 강남 등 미래가치가 있는 주택 1채만 보유하는 전략을 쓰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런 식으로 이탈한 자금이 규제 무풍지대인 지방으로 몰리며 지방 시장을 자극할 가능성도 크다.

집값 장기 하락지역이던 울산이 최근 재개발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이 뛰기 시작한 것이나 이달 초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부산지역 집값이 강세로 돌아선 것들도 서울 등 외지인들의 투자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

실제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거주자의 서울 외 지역의 주택 매매 건수는 총 4천964건으로 작년 10월(7천437건) 이후 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울산의 서울 거주자 주택 매입건수(신고일 기준)는 지난달 총 30건으로 2017년 12월(39건) 이후 월간 단위로 최대다.

다만 3주택 이상자는 지방, 수도권 관계없이 종부세율이 중과되고, 세 부담 상한도 300%로 커지기 때문에 과거만큼 지방 투자가 활발하진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 ’종부세 매물‘ 나올까…호가 급등에 강남 매수세 한풀 꺾여

종부세 고지서가 날아든 지난 주말 서울 강남권 아파트 시장은 매수 문의가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전반적인 매물 부족으로 매도 호가는 여전히 높지만 매수 대기자들은 종부세 부담으로 내놓는 ’종부세 매물‘을 기다리며 관망한다는 것이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지난주부터 매수 문의가 눈에 띄게 줄고 거래도 잘 안 된다”며 “좋은 매물이 나와도 급매물이 나올지 모르니 며칠 더 지켜보겠다고 한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 중개업소 대표는 “주변에 집 2채로 종부세만 2천만∼3천만원 이상 나왔다며 집을 계속 보유해야 할 지 팔아야 할지 묻는 전화들이 걸려온다”며 “올해 공시가격 발표 때부터 보유세 부담이 클 것으로 예고됐지만 그동안 무관심했던 사람들이 막상 세금이 부과되니까 뒤늦게 반응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강남구 대치동 일대도 마찬가지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 학군 수요들이 가세하며 전세는 나오기가 무섭게 계약되는 것과 달리, 매매는 다소 주춤해졌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일대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지난주 초까지만 해도 팔 수 있는 매물이 없어 힘들었는데 중반 이후부터는 반대로 매수세가 잦아든 느낌”이라며 “집값이 많이 오른 상황에서 종부세·실거래가 조사 발표 등 정부 압박이 심하다보니 일부 매수예정자들이 집값이 좀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보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양천구 목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도 “매물이 부족한데 어쩌다 하나씩 나오는 것들도 집주인이 호가를 높게 부르다보니 거래가 안된다”며 “전세 문의는 계속 들어오는데, 매수문의는 다소 잠잠해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문가들은 당장 종부세 매물이 급격히 늘거나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일단은 보유세를 내고 버텨보겠다는 수요가 많아서다.

압구정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어차피 양도세 때문에 팔지도 못하고, 1∼2년까지는 보유세를 감당하며 향후 정책변화를 기대해보겠다는 집주인이 많다”며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많아서 오히려 강남 아파트값 하락은 제한적인 대신 외곽지역의 하락폭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내년에도 공시가격이 크게 올라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이 최대 2∼3배까지 늘어나는 등 보유세 충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내년 공시가격 발표 이후 매물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재산세와 종부세 과세 기준일이 6월 1일인만큼 상반기 중으로 매물이 나올 수 있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정부의 추가 부동산 대책 발표 등으로 집값이 하락 전환하면 다주택자들이 보유세를 내며 버티긴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의 대책과 집값이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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