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경제 투톱’, 총수들과 車·배터리 등 ‘2차보복’ 전방위 논의

급한 ‘경제 투톱’, 총수들과 車·배터리 등 ‘2차보복’ 전방위 논의

이영준 기자
이영준 기자
입력 2019-07-07 22:48
수정 2019-07-08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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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김상조, 현대차·SK·LG총수 회동

김실장측서 총수들에 직접 연락해 성사
정부, 日규제 ‘발등에 떨어진 불’로 인식
이재용 출국 전 참석 가능성… 신동빈 불참

10일 文과의 간담회 앞서 미리 의견 청취
대일 의존도 낮추기·세제 혜택 등 오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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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일 문재인 대통령과 30대 그룹 총수 간 회동을 앞둔 7일 홍남기(왼쪽부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과 오찬 회동을 가졌다. 김 정책실장의 제안으로 성사된 만남이지만 기업 측의 비공개 요청을 수용해 오찬 장소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일본 출장 중으로 불참했다. 청와대, 기재부, 기업 모두 참석 명단 등에 대해 함구 중인 가운데 이날 오후 6시 40분 비행기로 일본 출장을 간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오찬에 참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왔다. 연합뉴스·서울신문 DB
오는 10일 문재인 대통령과 30대 그룹 총수 간 회동을 앞둔 7일 홍남기(왼쪽부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과 오찬 회동을 가졌다. 김 정책실장의 제안으로 성사된 만남이지만 기업 측의 비공개 요청을 수용해 오찬 장소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일본 출장 중으로 불참했다. 청와대, 기재부, 기업 모두 참석 명단 등에 대해 함구 중인 가운데 이날 오후 6시 40분 비행기로 일본 출장을 간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오찬에 참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왔다.
연합뉴스·서울신문 DB
경제 ‘컨트롤타워’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7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전격 회동한 것은 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발등에 떨어진 불’로 인식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일본 정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 3대 핵심 소재 수출을 제한한 것과 관련해 하루속히 ‘5대 그룹’ 총수와 만나 대응 방안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인 것이다. 회동은 김 실장 측에서 기업 총수들에게 직접 연락해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에 머물고 있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참석하지 못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이날 오후 6시 40분 비행기로 일본으로 출국했다. 이날 회동이 총수의 일정을 고려하지 못할 정도로 긴급히 잡힌 일정이라는 뜻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와 관련해 정부가 얼마나 다급한 마음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대목이다. 아울러 오는 10일 문재인 대통령과 30대 대기업 총수 등 주요 기업인의 간담회에 앞서 ‘경제 투톱’이 재계 서열 최상위 기업의 입장을 미리 들어보기 위한 차원의 자리라는 해석도 나온다.

홍 부총리와 김 실장은 이날 그룹 총수들과의 오찬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 피해 당사자인 기업의 입장을 충분히 수렴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석자들은 일본의 조치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방안을 비롯해 일본에 의존해 온 핵심 소재 부품과 장비의 국산화 여부, 대일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 등에 대해서도 얘기를 주고받은 것으로 보인다. 또 세제 혜택 등 정부의 지원 방안도 테이블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철저히 경제적인 관점, 국익의 관점에서 이번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발등의 불’은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에 떨어졌지만 일본이 수출 규제 품목을 확대하는 등 2차·3차 경제 보복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많다. 이날 참석한 총수 3명과 관련된 산업 분야인 자동차, 정유·화학·배터리, 가전 산업 관련 중간재 중 일본 의존도가 높은 부품·소재가 무엇인지 얘기가 오갔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자동차 기업 중 현대·기아차는 그나마 일본 수입 부품 의존도가 낮은 편이어서 단기적으로는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르노삼성차와 같이 일본 부품 의존도가 높은 업체에는 규제의 여파가 클 수밖에 없다.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장은 “현재 국내 부품사들은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응할 체력이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그나마 일본의 수출 규제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정부와 청와대, 기업 모두 이날 회동 사실만 확인했을 뿐 어떤 내용의 논의가 오갔는지, 참석자는 몇 명인지, 그룹의 총수인지 여부 등에 대해 일절 함구했다. 면담 내용 등이 공개되면 우리 정부의 대응과는 별개로 일본의 조치에 영향을 받는 우리 기업들이 향후 사안을 타개하려는 자체 역할 등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2019-07-0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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